원·달러 환율, 1390.9원 마감…美 고강도 긴축 우려에 ‘급등’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돌파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으며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환율은 급등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7.3원 오른 1390.9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0일 1391.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19.4원 오른 1393.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1395.5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연고점도 3거래일만에 경신했다.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 142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8월 CPI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전년동월 대비 8.3% 상승하면서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물가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꺾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다음 주 20∼21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울트라스텝(한번에 1.00%p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 역시 급부상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에 미국 주요 지수 모두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13년 만에 처음으로 1390원을 돌파하면서 연준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 추가 강세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9월 FOMC에서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서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개최한 자리에서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을 주의하면서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다음주 9월 FOMC를 앞두고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연말에는 145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연말 이후로도 매파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로는 9월 FOMC에 따라 1430∼1450원 터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