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5분기 연속 "경기전망 부정적"... 생산비용도 급증

대한상의, 4분기 BSI '81' 발표... 대기업 체감경기 더 안 좋아

조선·부품(103)-의료·정밀(102) 제외한 모든 업종 '100' 넘지 못해

대기업 '69' 대 중견·중소기업 '82'... 대기업 전망 더 부정적

58.5% "올 경제성장률 2% 넘기 어려워“... 정부 전망치보다 낮아

상의 "원자재·환율·임금 상승으로 기업 생산비용 급증" 강조

전문가 "경제위기 타개 위한 '컨트롤 타워' 명확히 해, 전방위 대응책 강구해야"

우리 기업들이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 경기전망을 내놨다. 작년 3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극복 기대감에 긍정적 전망이 나온 이후 악재들만 지속되면서 주력업종인 반도체, IT·전자, 철강, 화학 등 산업이 동반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신(新)3고'에 더해 인건비와 재고비용까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4분기 전망치는 '81'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3분기(BSI : 79)와 큰 변동 없이 기업체감경기가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업종별로는 조선·부품(103), 의료·정밀(102)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70)이 특히 부진했다. 공급망 차질에 고환율이 겹쳐 원가 부담이 심화된 탓으로 보인다. 조선·부품은 지난 분기에 이은 수주 호황과 고(高)선가, 의료·정밀은 코로나19 특수가 지속되며 4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치가 69로 집계됐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의 전망치 82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IT·전자, 철강, 화학업종들의 경기전망이 모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광주(102)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기준치인 100 이하로 조사됐다. 광주의 경우 지역 주요 산업인 자동차산업의 실적 호조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응답기업 5곳 중 3곳(58.5%)은 올해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또한 올해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보다 낮다. 한편 OECD 전망치는 2.8%다.

우리 기업들이 이 같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올 4분기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말 즈음에 풀릴 것으로 보았던 대외 경기가 오히려 악화되거나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들의 실망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나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한 대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보다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와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5고(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디지털,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과정에서 경제 체질이 완전히 달라지고 막대한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노동, 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내재되어 있는 비효율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비용도 급증... 지난 10년간보다 약 4.6배나 급증

대한상의는 앞서 지난 21일 원자재·환율·임금 상승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이날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전 산업 생산비용은 전년보다 8.7% 늘어나며 2009년(10.8%)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지난 10년간(2011~2021년) 전산업 생산비용 증가율 평균이 1.9%였던 것에 비추어보면 약 4.6배나 높은 수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생산비용 증가율은 원자재(원유·철광석·구리·알루미늄 등), 환율(원/달러), 임금(시간당 임금)  등의 전년대비 변동률을 산업연관분석의 가격파급효과 모형 통해 계산된다.

이 보고서는 이어 "하반기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압력 역시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생산비용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은 올해 투자계획을 전략적으로 연기 및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SGI는 생산비용 증가율을 생산요소별로 기여도를 분해해 살펴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율(8.7%) 중 임금 인상이 3.2%포인트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원자재는 3.0%포인트, 환율 2.5%포인트 기여했다고 밝혔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관련해서 "금년 상반기 보건복지, 사업지원, 도소매 등 저부가 서비스업에서도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부담이 많이 늘었다"며 "저부가 서비스업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고용감축, 사업장 폐쇄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대응책으로 생산요소별 맞춤 대책, 생산성 향상 지원, 에너지가격 변화에 강한 산업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원가혁신 노력과 미래에 대한 기회 포착, 혁신적 아이디어 도출을 통해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위기 대응 '갈팡질팡'... 명확한 '컨트롤 타워' 통한 전방위 대응책 마련해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채 5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불어닥친 미국발(發) 긴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혼란이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거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같은 경제위기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정과 대통령실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총합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주체별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기업이 중장기 투자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명확한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명확히 하고, 비상체제 가동을 통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