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정제원 회계사 [사진 = 법무법인 광장 제공]
BOT(Build-Operate-Transfer) 사업방식이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상의 민간투자사업 추진방식 중 하나로서, 사업시행자는 국가나 공기업 등으로부터 토지를 임대하여 건축물 등을 준공한 후 일정기간 동안 시설을 소유,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약정된 기간이 만료되면 시설소유권을 토지 임대인에게 이전하는 방식이다.
BOT 사업방식과 관련하여 토지 임대인에게 이전되는 건축물이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을 토지 임대인에게 넘긴다는 것은 건축물 부지에 대한 토지 임대차와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토지 임대료를 임대 약정기간 이후에 지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임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22.01.27. 선고 2018두39027 판결).
비록 사업시행자는 약정된 기간 동안 토지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하지만, 임대 약정기간 동안의 임대료뿐만 아니라 약정기간 이후에 이전되는 건축물의 가치까지 고려했을 때 비로소 임차인이 해당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가치와 부합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건축물 소유권 이전은 토지 임대료의 후불지급이라는 동일한 과세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과세표준 산정 방식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산정 방식을 달리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토지사용기간 만료 시점의 건축물 시가를 전체 토지 사용기간 동안 안분하는 것"을 법인세 과세표준 산정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에 따르면 매입, 자기 제조, 합병 또는 분할 등 외의 방법으로 취득한 자산의 취득가액은 취득 당시의 시가로 정하고 있음에 따라, 토지 임대인이 건축물을 취득하는 시점의 건축물 시가를 토지 임대료에 대한 전체 대가로 산정하였다. 또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71조에 따르면 임대료 지급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경우 이미 경과한 기간에 대응하는 임대료 상당액은 각각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토지 임대료의 후불지급인 본건에 대해서도 해당 사업연도에 속하는 기간의 비율로 안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부가가치세는 임대인이 공급한 토지 임대 용역의 시가 중 건축물들과 대가관계에 있는 부분만큼을 과세표준으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부가가치세법상 과세표준은 금전 외의 대가를 받은 경우 자기가 공급한 용역의 시가로 계산되므로, 금전 외의 대가인 건축물을 받음에 따라 임대인이 공급한 토지 임대 용역의 시가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납세자인 토지 임대인은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을 위해서 토지사용기간 만료시점의 건축물 시가를 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계산을 위해 토지 임대 용역의 시가도 산정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시가를 산정하기 위한 수고와 비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연 시가가 적절하게 산정되었지에 대하여 과세관청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납세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판례에서 쟁점이 된 과세연도는 2008년부터 2012년에 해당하는데, 원고와 피고의 다툼이 2022년 초까지 진행되는 동안, 2012년 세법개정에 따른 후속 시행령 개정사항 중 하나로서 BOT방식의 사업 수행에 대한 부가가치세법 과세표준 산정방식 조문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조문에 따르면 BOT사업방식에 따라 둘 이상의 과세기간에 걸쳐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 "시설의 설치가액을 용역제공 기간의 개월 수로 나눈 금액"을 과세표준 산정 방식으로 하고 시행령 시행일인 2013년 2월 15일 이후 공급하는 분부터 적용된다(현행 부가가치세법은 위 대법원 판례와 다른 방식으로 BOT방식의 과세표준 계산방식을 정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역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 이후부터는 신설된 부가가치세 시행령 조문에 따라 토지소유자의 법인세법상 임대수입금액은 그 시설물의 설치가액을 사업기간 동안 안분하여 익금 산입하는 것이라고 회신(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316, 2014.05.15.)하였다. 이에 따르면, 시설물의 설치가액은 시가의 산정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납세자는 시가산정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법인세법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처럼 BOT사업 관련한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을 명시적으로 입법화하지는 않았다.
앞서 본 대법원 판례에서도 법인세 과세표준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의 산정 방식을 서로 달리 정하고 있는바, 부가가치세법 조문이 신설되었음을 근거로 하여 법인세 과세표준도 이에 따른다는 기획재정부의 예규가 소송 단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 정한 법인세 과세표준 산정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계산되었을 ‘건축물 이전시점의 시가’는 이전시점까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가치가 낮아지는 부분이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그 금액은 시설물의 설치가액보다 작을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예규에 따른 납세자의 과세표준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과세표준보다 크게 산정되므로 납세자에게 과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도, 기획재정부 예규에 따른 법인세 과세표준의 산정방식이 합리적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법원 2022.01.27. 선고 2018두3902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