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담긴 조직개편안, 국회 문턱 넘을까?... 野 "의원입법 안돼"

이상민 "정부 운영 비효율 제거 위함"... 野 우려하는 바 전혀 없을 것 강조

주호영 "민주당 썩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은 정부가 하는 것. 맡겨 달라"

서영교 "주호영의 '의원입법'는 잘못된 태도... 국회에서 입법 해야" 강조

장경태 "국민 시선 돌리려 조직개편안 내놓아... 與, 조급하게 추진해"

'여가부 폐지' 이슈 '젠더 갈등'으로 재점화될 경우, 정국 주도권 혼란(?)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 사항인 여성가족부 폐지·국가보훈처 승격·재외동포청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조직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우선 여성가족부는 폐지되고, 주요 기능을 분리해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신설된다. 또한 여성고용에 대한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된다.

이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신설된 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부의 가족정책 기능을 이관 받아 여가부로 개편됐던 여성가족부는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 구조 상 정부안이 무난히 통과할 지는 불투명하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찬성하지만, 여가부 폐지는 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청소년·가족·여성정책 및 여성의 권익증진에 관한 사무가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그 기능과 역할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생애주기 정책과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총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본부장을 장관과 차관 중간의 위상과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고용기능은 통합적 고용지원 차원에서 고용노동부로 넘겨 보다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부처 간 기능 중복 등 정부 운영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함이라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야당에서 우려하는 바는 전혀 없을 것이라는 취지도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한 전략체계를 정립하고 총리 소속 양성평등위원회를 활성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가부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일은 정부가 하는 것이니 정부가 어떤 조직으로 일할 지는 정부 결정에 맡겨주면 좋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썩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 대선 공약이었고 국민들과 한 약속이었다"고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우려에 대해선 "지금까지 여가부는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케이스와 같은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가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여성단체들의 정치편향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며 "이러니까 지난해 여가부 폐지 청원에 국민동의가 20만 명을 넘어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가부 폐지로 인해서 성평등 문제가 소홀히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정부 당국이 새겨듣고 조직개편 과정에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걸로 본다"고 세심한 검토도 당부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민주당은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이전과는 다소 결이 다른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외교참사·언론탄압',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원 감사' 관련 공방 등 정국에서 다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 공방이 이를 희석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5일)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보고받고 '여가부 폐지 및 복지부·고용노동부로의 기능 이전'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장관을 보건복지부 본부장으로 격하할 때 성범죄 관련 정책 논의 시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타 부처와의 교섭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문제의식이 있다는 점을 한(창섭) 차관에게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민주당)는 반드시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가보훈부와 재외동포청 신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민주당 입장은 여가부 장관이 본부장으로 격하되면 여가부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계속 강조하면서 '명칭변경' 정도만 고려하고 있음을 밝힌 셈이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같은 형태로 여가부 폐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답을 정해놓고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있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을 언급하며 "여가부가 있기 때문에 현안 회의, 보고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등이 추진되는 배경에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의 사적발언 논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입장도 전했다. 그는 "대통령 욕설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방안은 결국 가장 큰 거대담론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시선 돌리기용 애드벌룬으로 보는 거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예정됐던 절차지만 결국 숨은 의도는 그것이라고 본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6일 오후 연합뉴스TV ‘1번지 현장’에 출연해 정부의 '여가부 폐지'안에 대한 당의 입장에 대해 "성평등가족청소년부가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정부가 정부개편안을 가져오면 여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부안을 ‘의원입법’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의원입법은 잘못된 태도"라며 "법은 국회에서 입법해야 한다. 국회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오 원내대변인도 전날(5일)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공식 제출하면 거기에 대해 국민적 의견 수렴,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고 해당 상임위원회 등 당내 논의를 거쳐서 심사에 임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 입법은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야 해 의원입법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난 대선부터 반대했던 '여가부 폐지'를 현 시점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젠더 갈등 문제는 청년층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여가부 폐지' 문제가 다시 젠더 갈등으로 확산될 경우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들이 이에 묻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소위 '이대남(20대 남성)'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여성계는 이에 반대하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면 이반된 청년층 지지율이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집권여당의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 즉 ‘정부조직개편’에 적절하게 대응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