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인사가 하나 더 붙어 이희수 관세국장(1956년생, 행시 22회)이 허 세제실장의 후임으로 조세정책국장에 임명됐습니다.
이로써 허용석 세제실장-이희수 조세정책국장-권혁세 재산소비세제국장으로 이어지는 참여정부 4기 세제팀의 진용이 절반 이상 그려졌습니다. 나머지 한 자리인 관세국장만 채워지면 세제팀 구성이 마무리되게 됩니다.
관세국장은 고위공무원단 시행에 맞춰 개방형으로 전환, 내달 3일부터 개방형 공모를 시작해 이르면 7월 중순경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습니다.
●재경부 세제실 '인사괴담(?)'‥이번 세제팀 인사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적임자들이 제자리를 찾아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인사괴담' 비슷한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는 걸까요?
발단은 박병원 차관이 지난 22일 정례브리핑 당시 했던 발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박 차관은 당시 "세제실장의 조달청장 승진 임용과 지역특구단장 명예퇴직 등으로 공석이 되는 국장급 자리는 고위공무원단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채우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차관은 이어 "고위공무원단 시행과 동시에 공석 중인 자리를 활용해 관세국장 등 개방형 자리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개방형 충원을 우선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이 말의 뜻을 해석하면 허 세제실장의 승진임용으로 공석 중인 조세정책국장을 포함한 공모·개방형직위(고공단 관련)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임용하겠다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당시에는 허 세제실장의 승진과 관련한 인사방안이 중앙인사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공석이 되는 조세정책국장 자리는 공모형 직위로서 7월 이후 공모절차를 통해 충원될 것이란 짐작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9일 저녁 전격적으로 이희수 국장이 조세정책국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당연히 공모절차가 진행될 줄 알았던' 재경부 직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박 차관의 공식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예상밖의 인사가 이뤄졌으니(그것도 고공단 시행을 단 2일 앞두고 말입니다)뒷말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 셈입니다. 게다가 다음 날인 30일 한 부총리의 사임이 공식 확인되면서 인사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부풀려지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괴담은 괴담일 뿐‥'세제맨'들의 숙제는?‥괴담은 어디까지나 괴담에 불과하니 더이상 언급은 무의미 합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 공직사회입니다. 아무리 잘했어도 결과가 시원찮으면 (국민들에게)흠씬 두들겨 맞기 때문입니다.
다소 의혹이 남기는 했지만 실무형 인물들이 포진한 참여정부 4기 세제팀 구성은 그런 대로 '완성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싫든 좋든 완성형에 가까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참여정부가 벌려 놓은 각종 세제정책을 무리 없이 마무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야구에서 구원투수의 중요성은 매우 높습니다. 참여정부 4기 세제팀은 사실상 마무리 투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빙으로 흐르는 경기를 깔끔하게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심장'과 '뛰어난 능력'이 필수입니다.
따라서 새롭게 구원투수로 기용된 세제팀은 그만한 능력(각종 세제정책을 매끄럽게 마무리 할 수 있는)들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평이 현 시점에서는 지배적입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중장기 조세개혁, 비과세 감면 축소, 자영업자 소득파악, EITC도입, 중요한 현안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이를 잘 풀어서 멋진 그림으로 완성해 내려면 무엇보다 세제팀 각 수장들이(세제실장, 조세정책국장, 재산소비세제국장, 관세국장)해야 할 역할이 막중합니다.
이제 참여정부 조세정책의 성패는 4기 세제팀의 두 어깨에 온전히 얹혀지게 됐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하는 새로운 세제팀에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보다는 격려의 시선을 보내주는 것이 한결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