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술핵 재배치·핵무장 주장… "미국 명백한 반대"

북한 도발은 "문재인 정부 때문 아니라, 북-미 회담 진전 없기 때문"

핵개발하려면 NPT 탈퇴해야…"그 후 '유엔 경제제재' 견딜 수 있나"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함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 주장은 미국에서 명백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특히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북핵 문제만 나오면 국민의힘 쪽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턱도 없는 소리'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요구하지 못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그 순서를 모르고 자꾸 전술핵을 갖다 놓자고 하는 것은 천지 분간을 못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만약에 전술핵을 가져다 놓는다고 하더라도 미군 부대에 갖다 놓고, 미국 대통령이 '눌러' 해야 누르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어 괌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 핵 개발하려면 NPT 탈퇴해야, "그럴 경우 '유엔 경제제재' 견딜 수 없을 것"

진행자가 '우리가 핵 개발을 하면 북한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의 예외로 받아줄 것이라는 국민의힘 일부의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어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그 이야기 하는 걸 보고, 바로 그 예외 조항을 이용해서 북한이 지난 1993년 3월 12일날 NPT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고 꼬집으며 "그러고 나서 북한이 지금 (유엔 경제 제재로) 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을 개발하려다 보면 북한처럼 NPT 탈퇴를 해야한다"며 "과거 우리도 노무현 정부 때(2004년) 우라늄 0.2g 생산한 걸로 미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주도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노무현 정부가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4대 핵 보유국을 상대로 정말 긴급하게 외교를 해서, 그 네 나라에서는 한국이 저렇게 간절하게 잘못했다고 하는 것 보니 다시는 저런 짓을 안 하겠다며 유엔 제재까지는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때 막판에 가서 미국도 '그럼 (제재에서) 빼 주자'해서 경제 제재까지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 가장 강력하게 우리를 제재로 끌고 가려고 했던 나라가 미국"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동북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이 핵 개발을 하면 일본도 하고, 대만도 하려고 할텐데 그러면 NPT를 관리하는 미국 입장에서 체면이 말이 안되는 것이고, 따라서 한국의 핵무장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도 재처리 기술 내지 우라늄 농축 기술을 허락받기 위해서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고, 7차 핵실험이 예고되고 하니까 '전술핵을 재배치 해야한다', '핵개발을 해야한다',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미 국무부 장관이나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서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마라'고 선을 긋고 나서지 않느냐"며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쪽에서 최근의 이런 북한의 도발이 친북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을 살살 다뤄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협상을 통해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 첫째로 '북미 수교', 두번 째로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평화협정'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해주면 핵을 내려놓겠다는 이야기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에서도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북한이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서 4월 21일부터 핵심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었다"며 "4월 20일이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고, 또 5월 25~26일경에 사실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게 돼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런데 북쪽에서 편지를 잘못 써서 트럼프가 한 번 틀었다가, 판을 깼다가 6월 12일날 싱가포르에서 다시 회담을 하게 됐는데, 이런 북미 정상회담도 예견돼 있었고, 남북 정상회담도 코앞에 다가와 있을 때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해야만 남북 정상회담도 잘 되고, 북미 정상회담도 성과를 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리고 실제 금년 1월 20일날 정치국 회의를 열어서 그동안 중단해 왔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했고, 3월 24일날 ICBM 발사를 하면서 꼬박 4년을 지켰던 모라토리엄을 취소했다"며 그간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4년 동안 지켜왔던 모라토리엄을 취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2018년 6월 12일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됐고, 그 다음에 이듬해 2월 27~28일까지 하노이에서, 27일 저녁까지는 잘 됐었는데, 28일 날 아침에 갑자기 뒤집어져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친서를 보내면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다시 한 번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에 와서 갑자기 미사일 발사를 하고,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트럼프 정부가 심어줬던 기대가 허물어지면서 모라토리엄을 깰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기 때문"이라며 "국제 정치나 외교 관계를 이야기할 때는 사건 표가 머리에 있어야 된다. 그래야 배경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