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44일 일하고 매년 연금 2억씩 챙긴다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매년 11만5000파운드(1억8000만원)의 총리 연금을 받는다고 영국 BBC 등 현지 언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총리는 퇴임 이후 매년 '공공직무비용수당(PDCA)'을 받는다. 퇴임 후에도 사무실 임대료, 직원 급여 등 공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이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도입됐다.

수당은 매년 최대 11만5000파운드로 2011년 이후에는 동결된 상태다. 현재까지 영국에서는 6명의 전임 총리가 수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러스 총리가 '짧은 임기'로 불명예 퇴진하기 때문에 수당을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 당수인 키어 스타머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고작 44일 일하고서 수당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트러스 전 총리는 수당 수령을 거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당대표도 L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적어도 35년동안 일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44일 일하고 평생 일해서 받는 연금보다 몇 배나 많은 수당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틴 자딘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트러스의 유산은 경제적 재앙"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백만명의 국민들에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대학연맹 조 그래디 사무총장 역시 "수백만명의 공공 근로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저소득층들은 식사를 거르고 에너지 사용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러스 총리가 이런 재앙적 정책 실패를 저지르고서도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면 소름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전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매우 불안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보수당에 의해 선출된 권한을 수행할 수 없어 물러난다"고 사임이유를 밝혔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부자 감세를 포함한 연 450억파운드 규모의 감세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이어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콰시 콰르텡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을 새 재무장관으로 세우는 등 반전을 노렸으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트러스 총리는 역대 가장 짧은 재직 기간을 보유한 총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