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 충격에도 계속 출근 “죄책감 시달려”
최근 5년간 PTSD 호소한 소방공무원 1만744명
이재명 "이태원 참사 심리치료 대상에 현장 대응인력 빠져"
백명재 교수 "베테랑이어도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무력감 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2022.10.30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구조 활동을 했던 경찰과 소방 대원들이 참사 후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관은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을 지휘하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역시 마이크 쥔 손을 덜덜 떨며 브리핑하던 당시 모습이 포착돼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참사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최 서장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용산을 관할하는 소방서장인 만큼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0.30 사진:연합뉴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참사 수습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방 대원들은 주야 근무를 번갈아 해야 했다. 실제 지난 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취객 구조 현장에 투입됐다가, 취객의 폭행으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참혹한 현장의 이미지와 자책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우울증으로 이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소방청이 제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은 67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우울증과 PTSD를 호소한 소방공무원은 각각 1만527명, 1만744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진료로 이어진 경우는 우울증 2596명, PTSD는 249명이 전부다.
소방공무원 노조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력 확충과 더불어 소방관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확충하라고 8일 정부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현장 대응인력에 대한 심리지원을 명문화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11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회적 참사는 희생자와 그 가족은 물론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라며 “경찰관, 소방관, 응급의료진 등 현장 대응인력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최전선에서 사고를 수습했던 만큼 시급한 심리치료 대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정작 이태원 참사 심리치료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공문과 가이드라인에는 현장 대응인력이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다행히 ‘심리지원 안내 실적 양식’에는 대상자로 포함되어 있으나 주무부처의 공문과 가이드라인에서 빠진 탓에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작은 빈틈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고를 반복적으로 목격할 가능성이 높은 현장 대응인력의 경우 그때그때 치유하지 않으면 트라우마가 누적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방송 캡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사고 현장 제일선에서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이나 경찰분들이 가장 걱정이 된다.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현장을 이전에 경험했던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이 정도 큰 규모의 재난은 처음이라 스스로도 너무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CPR이나 이송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 의지와는 달리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그때의 무력감이나 안타까움 이런 것들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방관분들의 트라우마는 이전에 겪은 다른 사고와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