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달러, 초강달러의 정의
강달러시대에 대해서 쓰려면 강달러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려야겠지요. 강달러를 정의하는 방법은 몇 개가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선보다 위에 있으면 강달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쓴다면 10년 동안의 달러 변동의 평균을 잡아서 그 평균값보다 위면 강하다고 보는 거죠.
강달러는 뭐고, 초강달러는 뭐냐고요? 뭐 단어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쓰는 사람 마음입니다. 저는 아직도 ‘전시산업’에 대해서는 정의를 내린 사람이라고 큰 소리칩니다. 사실 박람회와 관련된 마케팅 책을 처음 쓴 사람도 접니다. 그러니 전시산업에 대한 정의를 제가 내릴 수 밖에 없었죠. 언어철학자 비트게슈타인은 명제를 통해서 세상을 묘사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저도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나 단어의 정의를 내리고 시작합니다. 자, 그럼 강달러 시대란 무엇이냐? 그런데 그게 또 하나의 더 생각해봐야 할 강달러의 기준이 있습니다. 원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강달러인지, 중국 위안화 기준 강달러인지, 일본 엔화 기준 강달러인지, 아니면 세계의 모든 나라를 기준으로 하는 강달러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중국 위안이나 일본 엔은 다른 나라 돈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글로벌 기준은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의 강약의 기준을 알아야 하는 것은 나라마다 다른 경제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달러가 세계적인 화폐라 기준도 가급적이면 많은 나라들에 적용될 수 있는 게 좋겠죠. 그게 바로 달러인덱스입니다. 달러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 통화인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을 각 나라의 경제규모에 따라서 가중치를 가산하여 산출한 값을 미국 달러와 비교 해놓은 지표입니다. 달러인덱스는 1973년 3월의 값을 100으로 하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에서 작성·발표합니다. 비록 6개 나라의 화폐와 달러가치를 비교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글로벌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러 비교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달러가 강했던 적이 많지 않습니다. 대체로 기준 가치인 100이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늘 달러를 풀기만 하다보니 그렇게 된 듯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달러 시대는 달러인덱스가 100이상일 때이고, 110이상일 때를 초강달러하고 정의하기로 하겠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2022년 9월 5일 110.084를 기록했는데, 달러 인덱스가 110선을 돌파한 것은 2002년 6월 이후 20년 3개월만에 처음입니다. 이 정도면 초강달러라고 말하기 충분하죠.
2. 원화와 달러인덱스 관계
그럼 원화대비 달러 환율은 어떨까요? 보통의 경우 최근 5년간 달러 변동 추세선보다 위의 값을 보여주었을 때를 강달러라고 합니다. 그럼 초강달러란 무엇인가? 원-달러 환율이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가장 높았던 때보다 높거나 비슷할 때를 초강달러라고 하지요. 그럼 강달러는 왜 하필 1년, 3년이 아니라 5년이냐고요? 1년은 왠지 너무 짧아보이고, 3년은 애매하고 그래서 5년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초강달러는 1997년 12월 IMF때 1695원이 최고입니다. 강달러는 2020년 5월 1225원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2022년 9월 1449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후 소강상태를 보이며 많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앞으로 원화대비 강달러 시대, 즉 1225원/달러 또는 그 부근을 움직이는 고환율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 통화보다는 덜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그렇다면 달러인덱스, 즉 선진국 주요 6개국의 통화와 원화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달러인덱스는 대체로 달러보다 높은 가치, 즉 100이상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반면에 한국의 원화는 달러대비 비교적 높은 가치를 유지하다가 1997년 IMF를 깃점으로 가치가 확 떨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후 원달러는 대체로 1100언저리에서 오가다 요즘들어 1400원 근처를 오르내립니다.
2010년, 즉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로 원화와 달러인덱스트 거의 비슷한 그림을 보입니다. 그만큼 세계 경제가 안정되고 한국경제와 글로벌 경제도 안정적으로 엮여서 움직였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도 세계 경제규모 10위권, 무역규모 7-8위 권으로 들어섰으니 당연히 선진 주요국들과 경제적으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맞습니다.
산업의 구조도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로 하는 제조산업 위주로 이루어졌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졌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릅니다. 달러인덱스와 원화는 디커플링되어 따로 움직일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야기를 이 곳에서 풀어가고, 한국은, 기업은 그리고 개인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를 말하려고 합니다. 환율과 한국경제의 미래, 기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왜 미래 환율을 알아야 하나?
그런데 왜 환율이 중요하냐고요? 정말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하고 먹자골목에서 삼겹살 장사하는 사람에게도 중요하고, 저처럼 무역하는 사람에게는 진짜 중요합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덮고 쓰고 하는 것 중에서 온전히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키워지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삼겹살, 홍어도 대부분 수입돼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환율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물가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아요, 그런데 왜 미래 환율까지 알아야 하냐고요? 그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입니다.
아마 다른 경제지표 중에서 예측하기 가장 어렵고, 가장 많은 변수들이 들어가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연초에 나오는 트렌드 책들 많죠. 그 중에서 다음 해의 경제를 예측하는 책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 책을 다시 한 번 보세요. 환율에 대한 예측치고 맞은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뭐 틀리다는 게 100원 오를 것이 150원 올라갔다는 정도로 틀리는 게 아니라, 아예 방향마저 틀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100원 오르지 않고, 오히려 100원 떨어져서 멘붕되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입니까. 그건 한국은행, 코트라, 기획재정부, 증권회사 리서치 보고자료 다르지 않아요. 틀리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틀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아, 먹고 살기 복잡해졌다고요? 네, 맞습니다. 저도 구멍가게 신발장사하면서 애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경쟁시장에서 중국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태국 등지에서 저도 모르는 새로운 신발이 제가 감당하지 못할 가격으로 들여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의 흐름, 그리고 제가하는 한국에서 마케팅할 때 최종 단계인 가격을 정할 때도 환율은 늘 간섭합니다. 그러니 환율 알아야죠. 어쩌겠습니까?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그나마 적응하려고 노력해야죠.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