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사옥 매각해 4438억원 이익
메리츠, PF 경쟁력 바탕 독주
금리상승과 증시 부진 여파에 증권사들이 좀처럼 맥을 추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만이 호실적을 이어갔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으로 반짝 선두에 올랐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508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6339억원) 대비 40.9% 감소했다. 상위 20개사 중 9개사가 전체 평균(-40.9%)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697억원으로 전년 동기(3533억원) 대비 61.3%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본사 사옥을 ‘판매 후 리스’ 방식으로 6395억원에 매각했다. 처분이익은 4438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4688억원을 벌어들이며 독주를 지속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 6452억원으로 사실상 선두를 차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강한 메리츠증권은 PF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불안정한 시장상황 및 금리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투자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자금 수요를 예측해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8109억원에서 4393억원으로 1년새 반토막났다. 1분기에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2588억원의 순익을 벌어들였지만 2분기 795억원, 3분기 910억원으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12건의 기업공개(IPO) 딜을 대표주관하고 8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3928억원)과 하나증권(3033억원)은 전년대비 감소폭이 각각 –33.5%, -31.3%로 비교적 양호했다. 특히 하나증권은 3분기 순익이 1492억원으로 2분기(161억원) 대비 급증했다.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에서 손실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파생결합증권(ELS) 시장점유율 11.6%로 왕좌를 차지했다.
삼성증권(3833억원)과 미래에셋증권(3425억원), KB증권(2868억원), NH투자증권(2710억원) 등도 순이익이 급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1865억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분기 1093억원, 3분기 467억원의 여파가 작용했다. NH투자증권도 3분기 순익이 464억원으로 2분기(1144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10위 제이피모간증권 아래로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000억원 미만에 그쳤다. 현대차증권(829억원)은 –19.5%로 비교적 선방했다. 다올투자증권(828억원), 하이투자증권(798억원), 대신증권(686억원), 교보증권(668억원) 등 증권사들이 20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 부진할 전망이다. 남은 4분기 영업환경도 녹록지 않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은 유동성 리스크 안정화 여부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여부, 보유 비시장성 자산의 재평가 손상 여부, 보유 부동산 PF 대출의 신용 리스크 발생 여부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반등했지만 긴축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부동산 PF 차환 관련 유동성 이슈가 발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소극적인 매매가 거래대금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동성 리스크는 증권사들이 자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의 수익성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