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합병 한투, 인수주선 KB, 채무보증 NH 선두
PF 만기도래, 신규 딜 중단...내년 부진 전망
21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올해 1~3분기 IB관련 수수료 수익은 4조4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7754억원)보다 7.1% 증가했다. 수탁수수료 수익이 38% 감소한 데 반해 IB 수익은 견조한 모습이다.
이번 조사의 IB관련 수수료 수익은 인수 및 주선 수수료, 매수 및 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합으로 산정했다. 인수주선 수수료는 IPO(기업공개)와 회사채 발행, 매수합병은 M&A, 채무보증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관련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수수료 수익이 4441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12건의 IPO 딜을 대표주관하고 8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전 부문에 걸쳐 위험관리체계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수익성보다는 수익원 다각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3493억원)은 채무보증이 29% 줄었지만 매수합병이 31% 늘면서 IB 수익 감소 폭을 방어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투자에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양사에 대해 “PF 익스포저(노출액)이 가장 많은 회사로 지목되는 만큼 내년 실적은 익스포저의 건전성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가에 달려있다”면서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해왔기에 익스포저 자체는 많지만 실제 손실이 발생하는 금액은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B증권(2951억원)과 NH투자증권(2741억원)은 IB수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5%, 1.6% 증가했다. KB증권은 올해 유일한 ‘IPO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대표주관을 맡아 인수주선 수수료가 51%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오엘리먼트 등 유상증자와 SK네트웍스, SK홀딩스 등 회사채 딜을 수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및 금리상승 영향으로 PF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했음에도 다수의 PF 딜을 수행한 결과 채무보증 수수료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2123억원)과 삼성증권(1896억원), 다올투자증권(1747억원), 신한투자증권(1560억원), 현대차증권(1331억원) 등도 IB수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며 10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들의 IB 수수료 수익은 올해 상반기를 고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저금리와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부동산PF가 호실적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조달금리 상승과 부동산시장 조정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다. 게다가 레고랜드 사태를 발단으로 단기자금시장의 ‘돈맥경화’가 이어지면서 증권사 흑자도산 우려까지 제기됐다.
정태준 연구원은 “신규 PF 중단에 이어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기업어음(CP) 금리급등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둔화로 IB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엔 신규 PF 중단이 연중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연간 IB 실적은 올해보다 부진할 전망”이라고 봤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개별 증권사의 건전성 문제는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달 중 10조7000억원, 다음달 중 9조8000억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만기가 도래하고 있어 차환 불가 위험이 잠재돼있기 때문이다.
곽준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PF 등 특정 부문의 수수료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일부 자산의 가격 하락 충격에 더욱 취약할 것”이라며 “향후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될 경우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면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