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압색, 대통령 사주로 국정원 메가폰 잡은 한 편의 쇼"
"민주주의, 대통령에 의해 철저히 유린…국가보안법 다시 활개, 청산했어야"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헌법이 요구하는 비례원칙에 합당한 집무집행인지 의문"
"내년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여전히 '우리 아니면 안 된다'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
◆…19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압수수색에 대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전날 민주노총을 대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은 대통령의 사주를 받아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편의 쇼였다"며 "수십년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맹비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국정원 동원 노동 탄압·공안 통치 부활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일제 강점기 치안유지법에 뿌리를 둔 국가보안법이 다시 활개를 치는 현실은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역사가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깨닫게 해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위원장은 "단 한 명의 사무공간, 1평도 되지 않는 공간의 책상 하나 압수수색하는 데 천여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사다리차와 에어메트리스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압수수색이 진행된 곳은 사다리차와 매트리스가 설치된 곳의 반대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민주노총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성기를 통해 동네방네 떠들어 댔다"며 "당사자와 변호인에게만 제동되어야 하는 영장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근거없는 확대 재생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목적은 해외순방 중 발생한 대통령의 외교참사를 덮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이면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국정원의 발악이며, 공개변론까지 진행하며 위헌판결을 앞두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지키려는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오는 노동절(5월 1일)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면서 "물가와 금리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정기호 변호사는 "공권력 행사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과잉금지 원칙)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전날 국정원은 영장 혐의 사실에 의하더라도, 민주노총 간부의 개인 활동을 조직적 의사결정에 따라 행위한 게 없다. 그러나 국정원은 마치 민주노총이 압수수색 대상인 것처럼 수백 명의 경찰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법률원장은 "기밀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국정원이 신분을 스스로 공개하고 소방차와 사다리차를 동원했다. 헌법이 요구하는 비례원칙에 합당한 집무집행인지 의문"이라며 "진정한 목적이 수사 증거물 확보해서 피의자 혐의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밝혀내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난 집행"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정 법률원장은 이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대공 수사라는 게 기본적으로 은밀성·기밀성을 유지해야 되는데 동네방네 소문 내면 수사라는 게 제대로 되겠나"라며 "공개적으로 자기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또 "적법 절차 원리에 도출되는 비례 원칙에서 공권력 집행이, 특히 수사 기관의 강제 수사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해야 되는 것"이라며 또 "압수수색은 말 그대로 혐의 사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의 수단으로 향후 재판이 공소제기가 되면 재판에 활용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멈춰야 되는 것인데,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히 깔린 압수수색이라는 것"이라며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도와 관련해선 "국정원 차원에서는 대공 수사권이 내년에 경찰로 이관되지 않나"라며 "여전히 우리 아니면 안 된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정치적인 의도에 기반해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다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전날(18일)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엔 조합원 채용 강요 및 금품 요구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10분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 3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노조 운영·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노조 관계자 주거지 8곳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영장을 제시하고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