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국정원, 국보법 위반자만 처벌하지 왜 민주노총 공격…노조 고립 의도"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20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민주노총 간부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으면 위반자를 정확하게 단죄하면 되지 왜 민주노총을 공격하나"라며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집단에나 일탈행위 하는 사람들 다 있지 않나. 가령 청와대의 누군가 비리 저지르면 청와대 전체가 다 매도돼야 되나. 과하다 싶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전날(19일) 경찰이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서도 "범죄혐의, 비리가 있다면 수사하고 엄단하는 것은 뭐라 할 일은 아닌데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의도가 다른 데 있지 않나 싶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노동 개혁을 좀 더 확실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노조를 국민 속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부패·비리 집단으로 과도하게 공격하고 방법도 거칠게 하는 듯싶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건설노조 조합원 일부가 건설회사 상대로 노동조합원 채용 강요, 월례비 등 부당금품 요구 등 불법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되묻자 "그런 것이 없다고 저도 얘기하지 않는다. 단지 건설업종은 구조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많이 있지 않나. 다단계 하도급 통한 중간 착취, 일자리 경쟁, 산업재해 사망사고 문제 등 건설 원청사랑 산별교섭을 통하거나 정부 구조적 개입으로 해소해주면 되는데 현실은 방치하고 일부 현상을 노동자의 책임만으로 몰아서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전날(19일) 밝힌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사례를 신고한 업체 290개 가운데 118개 업체는 최근 3년간 1686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행위의 가장 많은 사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로 절반을 넘는 1215건(58.7%)에 달했다.

김 위원장은 "월례비가 생긴 원인도 보면 노조 요구 측면도 있지만 건설사가 공기단축이나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주는 성격이 있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얘기하는 것처럼 '몇천 억' 얘기하는 것은 이 자금의 성격이 법적으로도 다투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은 불법적인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합법적이거나 관행적인 것도 있고 '불법자금이다' 이렇게 딱 정의하기는 어려운 돈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돈이 생기게 된 배경도 노조가 자기 이익을 위해 강압적으로 한 배경도 있지만 건설사 자체가 자기의 이익을 더 불리기 위해서 노동을 이용한 측면도 분명히 있는 돈"이라며 "돈의 성격도 확실히 불법적인 자금인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지고 아마 법원도 획일적인 판단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을 노동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자 양대노총이 반발하는 것 때문에 압수수색이 집행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꼭 그것 때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계획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또 일부 국민과 여론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자신감 등이 합쳐져 아주 세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조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DART 공시 대상이 기업과 노조,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며 "기업은 투자자, 채무자라든가 고객, 시민과 연결된 고리가 있고, 노동조합은 내부에서만 활용되는 자금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 또 자산이 120억원 이상 되는 기업들이 대상인데 노동조합은 거기에 해당되는 큰 조직이 없다. 일부 연합단체 몇 군데를 빼면 다 열악해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