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불황 속 메모리반도체…"재고 넘쳐난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클라우드 시장이 새로 열리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했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고 블룸버그가 30일(현지시각) 진단했다.

1600억달러규모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막대한 재고와 수요 감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부사장은 "반도체 업계는 (불황 주기에 맞서) 더 나은 통제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상은 모두가 틀렸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같은 선두 기업이 막대한 영업손실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메모리 기업은 제휴 또는 합병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가늠하는 중요 지표인 재고가 3배 이상 증가해 3~4개월치 공급물량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경쟁사들은 반도체를 생산할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어 올해 영업손실이 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다각화된 사업 덕분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보이나 반도체 사업부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투자자는 31일로 예정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같은 손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렉 노 HMC투자증권 기술연구실장은 "반도체 회사의 매출이 30~50% 급감하고 있다"며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 종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물가상승, 공급망 병목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불황에 처하게 됐다.

미국 마이크론은 급락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생산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신규공장과 장비에 대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대표이사는 "업계의 존망은 모든 회사가 재빠르게 함께 움직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려 있다"며 "주기간 성장과 수익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에 이번 불황 주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투자와 생산을 줄이고 있는데, 이 회사의 재고과잉은 불황 이전에 이뤄진 인텔 플래시 메모리 부분 인수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 덕택에 경기침체에도 계속 투자를 늘려왔다면서도 이번 실적 발표 때 어떠한 생산관리 계획을 내놓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반도체 장비회사인 램리서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지출을 줄여 전례 없는 주문 감소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팀 아처 램 대표이사는 "메모리 시장에서 특별한 조처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25년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메모리 업계는 수요 급증과 침체에 항상 어려움을 겪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는 데 몇 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가 들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런 이유로 메모리 업계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D램 주요 3사인 삼성과 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공급을 줄이고 있다"며 "낸드반도체의 경우 더 세분돼 있어 경쟁자들끼리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낸드 시장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상황이 길어지면 결국 낸드 시장에서 합병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낸드 반도체기업인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가 합병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블룸버그는 결국 고객 수요가 언제 다시 늘어날 것이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노 기술연구실장은 "중국의 방역 완화가 디지털기기 제조공장을 정상상태로 되돌릴 수 있기에 반도체 업계를 도울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메모리 시장이 하반기에는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