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작년 4분기 물가 영향을 반영한 실질소득이 2분기 연속으로 뒷걸음질 쳤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물가 영향을 반영한 가계의 실질소득이 2분기 연속 뒷걸음을 쳤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소득 악화가 더 지속할 수도 있다. 특히 소득보다 세금 등 '비(非)소비지출'이 증가한 속도는 가팔랐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2021년 4분기(464만2000원)와 비교해 4.1% 증가했다.
소득 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312만1000원)이 7.9% 늘었는데, 이는 1인 가구를 포함한 조사(2006년)가 시작된 이후 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었다. 인건비와 원자잿값이 상승하며 사업 수익성이 악화한 탓에 사업소득(101만8000원)은 전년 대비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전소득(57만원)은 2021년에 지급됐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등 정책지원 효과가 없어지면서 5.3% 줄었다.
물가를 고려했을 땐 실질소득은 마이너스(-)다. 4분기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3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4분기 기준으로 2016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자료 통계청)
가구별로 세금이나 이자, 국민연금 등 소비 활동과 관련 없이 지갑에서 빠져나간 돈은 되려 늘었다.
가구(전국 1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금액은 92만8000원으로, 2021년 4분기(85만9000원)에 비해 8.1%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난데는 경상조세 영향이 컸다. 가구당 납부한 경상조세는 19만4000원으로, 전년(17만5000원)보다 10.9%나 늘었다. 비소비지출에서 경상조세가 차지하는 비중(20.9%)은 경조사비 등을 의미하는 가구 간 이전지출(22.4%)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이자비용 지출액(11만1000원)은 28.9% 뛰었다.
반면 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 주로 부동산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인 '비경상조세'의 가구당 월평균 부담액은 1년 전(2만2000원)에 비해 45.9% 줄어든 1만2000원이었다. 집값 하락 등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자료 통계청)
월평균 가계지출은 362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다만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4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000원으로 3.2% 올랐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가계 흑자액(120만9000원)은 전년보다 2.3% 감소해 2분기 연속 하락을 보였다.
소득 양극화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은 5.53배로, 전년보다 0.18배포인트 하락했다. 이 배율은 2020년 4분기 5.78배에서 2021년 4분기 5.71배로 매년 소득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두고 "저소득가구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었으나, 고물가·경기둔화 우려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