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2세 형제들이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유산 분배 등 재산 문제로 법적 분쟁을 벌여오다 새로운 사안을 놓고 또 소송을 냈다.
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선대 회장의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은 맏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그룹 간부 원모씨를 상대로 6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선친은 면세품 수입알선업체인 브릭트레이딩 컴퍼니(이하 브릭스)를 세워 4명의 형제가 공동운영하며 이익을 분배해 왔다. 그런데 피고측이 S무역을 세워 같은 업체가 이름만 바꾼 것처럼 해외 납품업체에 거짓 서신을 보내 거래관계를 단절시켜 브릭스는 폐업할 지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브릭스는 공동 사업체이기 때문에 사업권을 다른 업체로 이전하려면 4형제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데도 피고들이 원고측과 상의도 없이 브릭스의 독점 납품권을 S무역에 이전한 것은 원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배임행위이며 원고들은 매년 받던 배당을 못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브릭스는 대한항공에 면세품을 납품하는 수십 개 회사 중 하나에 불과하며 연간 이익도 10억∼15억 수준인 소규모 회사이다. 이 회사는 선친과 무관하며 조양호 회장이 세워 동생들을 참여시킨 것인데 형제 간 계열분리에 따라 2003년 대한항공과 거래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룹측은 "원고측이 이 건과 관련해 이미 검찰에 두 차례 형사고발을 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난 사안이어서 민·형사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큰 형의 흠집을 내기 위해 소송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도 원고들은 "부친의 작고 이후 유산 분배에 대해 약속한 대로 조양호 회장이 지배주주로 있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달라"며 맏형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주식명의개서절차이행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시 이들은 선친이 재산 분배에 대해 유언을 남기지 않았는데도 `조작된 유언장'이 공개됐다며 형제 간 갈등을 노출했지만 조양호 회장측은 "유언장 조작은 있을 수 없다. 유언 내용의 확인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원고측도 법원의 유언 검인(檢認) 절차시 명백히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