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권 부총리는 12일부터 17일까지 계속되는 엿새간의 휴가동안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 내려가 하루 친지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 외에는 집안에서 가족과 쉬면서 독서와 산책으로 소일할 예정이다.
경제 수장인 권 부총리가 산적한 현안을 뒤로한 채 이례적으로 긴 휴가를 보내는 것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취임초의 업무보고 등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고 한다.
권 부총리의 처지는 요즘 매우 어렵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35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투자부진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출자총액제한제, 여당의 뉴딜제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강행, 정부.여당.재계 사이의 경기인식 격차 등 각종 논란으로 경제부총리의 정책 조율 능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는 이번 휴가동안 경제 수장으로서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 추진해야할 정책들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권 부총리의 장고(長考)는 하강하는 경기 회복을 위한 묘수짜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있는 그의 첫 작품인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에 담을 내용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시하에 꾸려진 '기업환경개선 태스크포스'에서는 재경부, 산자부, 중기청 등 11개 관계부처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동 중앙회 등 민관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개선과제 발굴이 한창이다.
태스크포스는 창업, 공장설립.입지, 부담금, 문화재조사, 기업법률, 유통.물류, 환경, 노동 등 10여개 부문의 개선과제 목록 작성을 마무리 중이며, 목록에 오른 과제들은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전했다.
태스크포스는 매주 한번꼴로 회의를 열며, 내주부터 2주간은 중소기업과 산업단지 등 현장을 직접 돌아보면서 기업환경에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직접 느껴볼 예정이다.
권 부총리는 태스크포스의 회의결과를 꼬박꼬박 보고받고 세부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권 부총리는 이 밖에 11일 출범한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어떻게 한미FTA를 둘러싼 국론분열을 막고, 이해당사자나 반대론자의 의견을 수렴해 협상 체결을 성사시킬지에 대해 명확한 전략을 짜야 한다.
권 부총리는 아울러 당정은 물론 부처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의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지, 여당의 뉴딜제안을 정부의 정책방향과 어떻게 조율할 지,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번 휴가기간 권 부총리가 읽을 책은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외교사가 윌리엄 랭어의 '뉴튼에서 조지 오웰까지', 래리 캐해너가 지은 '그린스펀 의장의 말(Quotations)' 등 2권이다.
'뉴튼에서 조지 오웰까지'는 서양 근현대사의 주요 국면에 대해 당대 최고의 역사가들이 쓴 17개의 역사에세이를 수록한 책으로 서양사의 색다른 주요 대목들을 참신하게 해석해 권 부총리의 정책그림 구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펀 의장의 말'은 연설, 공공연한 의사표명, 인터뷰 등에서 그린스펀이 어떻게 시장과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했는 지 분석한 책으로 권 부총리의 시장철학에 빛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 부총리가 장고에서 돌아온이후 논란만 무성한 각종 경제 현안들이 어떤 모습으로 가닥을 잡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