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해 경질됐다는 유진룡(劉震龍)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주장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이번 사안을 전형적 '보복인사'로 규정하고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고, 다른 야당들도 현 정부의 과도한 낙하산인사 관행 등을 문제삼으며 공세에 가담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공식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국정 발목잡기식 정치공세를 그만두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 유 전 차관의 폭로로 참여정부 인사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났다며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는 물론 필요시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이날 문광위 소속 의원들로 진상조사단(단장 이계진)을 구성하는 한편 열린우리당측에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위 구성과 청문회 개최를 정식으로 제안하기로 했다.
문광위 간사인 최구식(崔球植) 의원은 "당사자인 유 전 차관을 비롯해 청와대 이백만(李百萬) 홍보수석과 양정철(楊正哲) 홍보기획비서관, 아리랑TV 사장 등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 외에도 참여정부의 인사청탁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유 차관에 대한 보복인사를 엉뚱하게 신문유통원 문책으로 호도하는 것은 '닭잡고 오리발 내미는 격'으로 후안무치하다"며 "이번 사건은 청와대 정치보복 사건이자 권력남용 사건임에 틀림없다"고 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신문유통권 책임 문제로 6개월된 차관을 내쫓는다면 총기사건, 탈영사건 등의 이유로 국방장관은 목이 열두개라도 부족했을 것"이라며 "청와대 낙하산인사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수준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병국(鄭柄國) 의원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 시킨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는 인사청탁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유 차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 난맥상을 부처별로 모두 조사하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 청와대의 인사청탁 의혹은 유 전차관 개인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이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당은 특히 고위직 인사문제는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속하는 사안인 만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차관급 인사는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산하기관의) 인사협의 문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2년간 유 전 차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 사퇴를 촉구하더니 이제 와서 입장을 바꿔 마치 유 전 차관이 코드인사의 희생양처럼 말하고 있는데,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일현(曺馹鉉) 원내수석부대표는 "고위직 인사문제를 놓고 더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전직 차관이 주장하는 불확실한 얘기를 갖고 정치권이 정치공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민노당 = 민주당 김재두(金在杜)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의혹은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들이 권력누수를 틈타 호가호위를 한 것"이라며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는 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눈감고 넘어간다면 '대국민사기극'이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영순(李永順) 공보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먼저 진위 파악이 돼야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과도한 낙하산 인사와 인사청탁 등 문제가 많았다"며 "청와대는 이런 물의가 빚어지지 않도록 잘못된 인사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