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증가율 전년比 22.7%↑, 2.7%↓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기준 상위 20% 고소득층의 조세부담액은 월평균 25만3900원, 하위 20% 저소득층은 1만100원으로 무려 25배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고소득층 20만7000원, 저소득층 1만400원의 조세부담액에 비해 각각 22.7% 증가, 2.7% 감소한 수치.
즉 고소득층은 세부담이 늘어나고 저소득층은 감소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소득뿐만 아니라 세금에서도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세금을 내는 사람만 내고 안내는 사람은 안내는 현실이 문제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서 세금을 덜 낸 것도 아니다. 하위 20%층의 소득증가율은 5.7%로 최근 2년 중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이 각각 1.6%, 3.2% 증가하는 등 소득의 질적 측면도 개선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적게 내게 된 이유는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조세구조가 왜곡됐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라 조세구조의 특성상 소득이 많으면 세부담이 더욱 커지는 반면,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세금을 아예 내지 않거나 적게 낼 수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었음에도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점은 소득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면세점 이하에 있거나, 면제받는 세금이 많은 경우, 혹은 '탈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근로자의 51%, 자영업자의 48%가 세금을 면제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금에 대한 면제 규정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경부는 미래의 복지재원 확충 등을 위해서 올해 일몰 예정인 55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여당의 '감세' 주장에 의해 서민 및 기업투자 관련 제도에 대해서는 연장 방침을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세부담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서민을 위해 세금을 깎아준다는 얘기는 어딘지 구색이 맞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비과세·감면의 혜택은 '가진 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서민을 위한 감세정책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서민들은 무덤덤한 현실이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현 주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