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금융당국, 특화은행 검토보단 기존은행 건전성 파악이 먼저"

김병욱 의원 "SVB 파산 계기로 디지털 뱅크런 대비책 마련 계기 돼야"

"금융당국, 이런 금융환경에 대응 못하면, 한국판 SVB 사태 일어날 수 있어"

"현재 벤처·스타트업계에선 상당한 위기설 나돌아... 모태펀드 예산, 제자리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원인 중 하나로 특화은행이란 점이 거론되면서 한국 금융당국은 '스몰 라이센스 은행업'을 검토 중에 있지만 기존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활동성을 제대로 파악해 금융안정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수석부의장은 14일 미 SVB 파산사태와 관련해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수석부의장은 이날 "SVB는 1983년도에 설립된 미국 16위 은행이자만 금리 급등과 국채 가격의 하락, 디지털 뱅크런으로 파산하게 됐다"며 "그 기저에는 벤처업계의 투자 업황 부진과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있었으나 기존의 은행 파산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틀 사이에 SVB 예금주들이 모바일로 인출하려 시도한 금액은 무려 약 55조6000억원(420억달러)이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뱅크런 이후 은행 파산까지는 고작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며 "우리 금융당국이 이러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판 SVB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초기 뱅크런이 일어날 당시 금융당국에 인출 금지 명령 등 시장 조치를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모태펀드 예산을 작년 5200억원에서 40% 감축된 3135억원으로 감축하고 연간 3400억원의 모태펀드 정부 지원 자금이 지금도 수개월째 지급이 안 되고 있다"며 "현재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상당한 위기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우선적으로 모태펀드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지급 지연된 자금 지원을 조속하게 정상화시켜야 한다"면서 "이번 SVB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은행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SVB 파산의 원인은 이 은행이 특화은행이라는 것. 특화은행은 수익이 날 때는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위험이 발생될 때는 위험 분산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라며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특화은행이 없으나 금융위와 금감원은 TF팀을 만들어 소위 '스몰 라이센스 은행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이런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은행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활동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은행의 특성상 수익의 창출도 중요하지만 금융안정성을 더 중요한 지표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마트폰과 인터넷뱅킹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은행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기간에 대규모의 예금이 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근본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의 이용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응해 금융당국은 단기간 공포의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보완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