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위조한 정보라서, 미측에 우리 정부 입장 전할게 없다"
고민정 "대통령실 미측 항의가 먼저"
◆…용산 대통령실. [사진 = 연합뉴스]
아직 미국 측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서둘러 공식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석연치 않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변인실은 11일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 관련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을 알려드린다며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 운용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안보실 등이 산재해 있던 청와대 시절과 달리, 현재는 통합 보안시스템과 전담 인력을 통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 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또 "더불어민주당은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도 없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식의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며 "이는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과 핵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침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첫째, 지금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미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째, 유출된 자료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된 정보로 미국에서 자료가 수정되거나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정세력의 관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 양국은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사건을 과장, 왜곡해서 동맹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의 이런 입장 변화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너무 서둘러 저 자세를 취하는 것이 국익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또 야당의 지적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쓰고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수 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0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기본적으로 도청이라면 주권침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한미군사동맹을 통해 북한의 핵위협을 막아야 한다는 생존권적 문제가 있지만, 이 부분만큼은 주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대통령실의 초기 해명이나 대응이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대통령실이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 때보다 용산이 훨씬 더 방화벽이 잘 돼 있다고 무시하기 보다는, 다시 한번 도감청 방어시설에 대해 살펴보고 야당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건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도감청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이 '날리면 시즌2'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진행자가 '어제 대통령실과 여당의 입장을 들어보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을 흔들려고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자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그 당시에도 그 발언이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냐, 미국 의회를 향한 것이냐, 그리고 바이든이냐 날리면이야, 이런 걸 얘기하느라고 한참 소모가 됐고 결국 그것을 보도한 MBC를 고발하지 않았느냐?"며 당시 상황과 지금의 대통령실 대응이 유사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