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대출 연체율 증가속도 너무 빨라…건전성지표 악영향 가능성”

국내은행의 올해 2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년대비 0.11%포인트(p) 상승했다. 연체율의 악화속도가 가파르고 질적 악화까지 더해져 건전성 지표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의 2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4개월 연속 상승했을 뿐 아니라 그 기울기를 높여가는 중"이라며 "이는 변동성이 큰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대출종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에 의하면 법인 중소기업 연체율은 0.52%로 전년대비 0.10%p 상승했다. 자영업자(SOHO) 연체율도 0.39%로 전년과 비교해 0.19%p 올랐다. 이는 지난 2015년 9월 통계치 발표 이래 최대 상승폭이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09%로 전년대비 0.14%p 하락했다.

가계 연체율도 전년과 비교해 0.13%p 오르며 이례적인 상승폭을 기록했따. 신용 등 일반대출은 전년대비 0.27%p 오른 0.64%를 기록, 2015년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6년 간 이뤄진 하향 안정화를 1년 만에 되돌렸다. 주택대출 연체율은 전년비 0.09%p 오른 0.20%로 지난해 상반기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업종 연체채권 규모도 2월말 7조7000억원(전년대비 54% 증가)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직전 수준에 도달했다. 신규 연체가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2월말 기업의 연체잔액은 전년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 연체가 전년동월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자영업자의 연체 규모가 전년동월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법인 중소기업의 연체 증가가 본격화된 것이 원인이다.

2월말 가계 연체잔액도 전년과 비교해 67%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 등 일반대출이 57%, 주택대출이 86% 증가한 영향이다. 주택대출의 연체잔액은 절대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증가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으나 잔액도 의미 있는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중 발생한 신규 연체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최근 3개년 평균보다 77%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조선사 3곳의 연체를 제외하면 2013년부터 하락을 지속했던 은행업종의 연체율은 작년 11월말 상승전환 후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아직도 총 연체율은 코로나19 직전보다 낮지만 악화의 속도가 가파른 점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영업자대출은 비정상적인 증가율을 지속하고 가계 신용대출은 순상환이 계속되는 반면 연체잔액이 전년대비 40~50% 증가하면서 질적 악화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당장의 건전성 지표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가운데 담보 및 보증에도 불구하고 주택대출 연체가 늘어나는 점과 익스포저가 큰 법인 중소기업 연체가 유의미한 속도로 증가한다는 점은 근본적인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