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에 무게 두며 3연속 동결 결정…기준금리 연 3.50%

반도체 등 주요 품목 수출 부진…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미미

국내 물가, 뚜렷한 둔화 흐름 보였다고 판단한 듯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필요…금융당국과 정책공조 해석

전문가 “한미 금리 차 2.00%p로 확대 시 시장 충격 받을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1월, 4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 전망이 확산된 가운데 국내 경기둔화, 부동산PF 시장 불안 등을 먼저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중소은행 위기의 불씨가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미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 가능성은 확산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IT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 부진, 중국 리오프닝의 미미한 효과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짐에 따라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국내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에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5%로 하향 전망했으며 한국금융연구원(KIF)도 1.3%로 낮춰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치 1.6%보다 0.02%p 내린 1.4%로 수정 전망했다..

관세청에 의하면 이달 1일에서 20일 한국의 무역수지는 43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달러에 이른다. 5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6.1% 줄어든 324억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15.3% 감소한 367억달러로 나타났다.

연간누계는 수출 2334억달러, 수입 2629억달러로 전년대비 각각 13.5%, 6.6% 줄었다. 수출의 경우 승용차는 증가했으나 반도체, 석유제품, 정밀기기 등이 감소했으며 중국, 베트남, 일본 수출이 줄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중국수출은 자동차, 핸드폰 등을 중심으로 줄었으나 다른 지역은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예전과 같은 특수를 누리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금통위는 또한 국내 물가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로 3%대에 진입했다. 1월 5.2%, 2월 4.8%, 4.2%에 이어 4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한은은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목표수준(2%)을 웃도는 오름세는 연중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국회 기재위 현안질의에서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7%로 떨어졌고 앞으로 하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물가가 목표수준 2%보다 높기 때문에 물가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통위 결정은 비은행권 중심으로 늘고 있는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금융당국과의 정책공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여전한 물가 상승 압력, 미국의 추가적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금리인상 요인과 경기침체. 부동산시장 경착륙, 부동산PF로 인한 금융부실 우려 등 금리인하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다"라며 "경기가 매우 안 좋고 투자, 소비심리 모두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금통위원들은 금리인상, 인하보다는 금리동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김 실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폭인 1.75%포인트(p)로 벌어진 상황에서 2.00%p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투자심리라는 관점에서 1.5%p, 1.75%p 한미 간 금리격차는 큰 차이가 없지만 1.75%p, 2.00%p은 차이가 있다"면서 "1.5%p, 1.75%p에는 강달러로 선반영되었기 때문에 한미 역전 이후 역사상 최대 외국인 자금 유입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p 차이로 확대된다면 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금리동결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 연속 금리동결을 하고 급하게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