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겉으로는 "기업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상속도 하고 경영권도 물려줄 수 있는 사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하면서도, 신세계의 증여가 앞으로 재계 경영권세습 관행에 미칠 파장을 속으로는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계가 우려하는 것은 신세계가 경영권 세습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 거액의 증여세를 그대로 부담하면, 최근 재계의 편법증여 관행에 칼날을 겨눠왔던 국세청에게 상당한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
지금까지 재계는 편법증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일 때마다 '증여세를 그대로 부담해서는 애써 키워온 기업의 경영권을 자손에게 승계 하는 것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투명한 과세에 앞서 상속·증여세의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부담할 경우 상속·증여받은 지분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자손으로서는 경영권을 그대로 승계 받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세금부담이 없는 부의 대물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기업 경영권 승계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한다"며 "50%의 증여세를 부담해서는 경영권 계승은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50%에 달하는 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각종 비영리재단 등을 세워 세부담을 줄인다든가 차명을 통한 주식보유 등 행위를 하게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현재 차명주식보유를 통하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는 재벌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재벌들은 국세청의 주식변동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번 신세계의 조치로 국세청에 읍소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신세계의 지분증여와 관련한 증여세 납부와 세무조사를 통한 증여세납부는 별개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재벌들의 증여세 성실납부 문화에 이번 사건이 기폭제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