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국세청 명퇴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면서, '조기명퇴' 문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곳곳에서 퇴직연령을 늘리는 방안이 나오는 가운데 국세청만의 조기명퇴 관례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에는 세무서장(4급) 이상 간부들이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정년(만 60세)보다 2년 일찍 명퇴하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1965년생들이 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20명이 넘는 고위직이 이달 말 정든 공직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기명퇴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민한 문제라 다들 공개적인 발언을 아끼고 있을 뿐, 국세청 안팎에선 오래전부터 명퇴시즌만 되면, 이 문제를 대화의 단골소재로 꺼내들어왔다.
◆ "정년연장 논의되는 마당에 국세청만 조기명퇴?"
조기명퇴 문화를 끝내야 한다는 측은 시대와 환경이 예전과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 이들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기퇴직의 명분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사기업은 물론, 공직 사회에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공무원 정년을 만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국세청만 만 58세에 퇴직하는 문화를 계속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국세청만 역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무원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 국세청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치만 보고 있기보다는 미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는 이들의 명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조기명퇴 관행을 손볼 시기가 됐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2001년 이전 국세청에 입사한 이들은 일정 경력(5급 이상 5년 재직)을 갖추면 세무사 자격증이 자동으로 부여되는데, 2001년 이후 입사한 이들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행정고시의 경우 44회부터 자동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이르면 3년 뒤쯤부터 행시 출신 등 고위직 퇴직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조기퇴직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무사로서의 제2의 인생을 보답받을 수 없다는 점도 조기퇴직을 끝낼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한 국세청 관계자는 "10년 또는 20년 이상 근무하면 세무사 시험 과목이 일부 면제되긴 하지만, 40대가 넘은 나이에 다시 공부해서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업무가 바쁜 상황에서 시험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그저 관행대로 조기명퇴하게 되면 너무 막막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혜택 본 만큼 보답하는 것.. 불만 가져선 안 돼"
조기명퇴 관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선배들이 일찍 자리를 내줘서 본인들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서울 시내 세무서장은 "2년 일찍 퇴직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며, "조직으로부터 혜택을 본 만큼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다. 일부 또는 많으면 대다수가 퇴직하기 싫어할 텐데, 개인적으로 선배들에게 받은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퇴직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당장 서장급 이상 간부들이 퇴직하지 않게 되면, 가뜩이나 막혀있는 승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라며 "안 그래도 본·지방청에서 초임세무서장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조기명퇴가 사라진다면 그 화살은 명퇴하지 않는 이들에게 모두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기명퇴 관행을 한 번에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연착률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 몇 년 만 고생하면 금방 바꿀 수 있는 문화이고, 또 바뀌어야 하는 문화로 누군가 용기있게 해야 하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라며, "문제는 승진 적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늦춰지는 은퇴 연수만큼 그 인력들을 어디로 보낼 건지 등의 대안과 시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타 부처는 퇴직 1-2년 남기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수 있도록 공로 연수를 보내기도 한다. 월급도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공로연수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 외에 국세공무원교육원 등에 적체가 해소될 기간 동안만 별도의 보직을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 국세청, "뾰족한 대안 없어.. 조직에서 강제하진 않을 것"
한편, 국세청 인사파트 담당자들은 아직 특별한 대안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본청 인사 담당자는 "조기명퇴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다른 일이 많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원 등에 새로운 보직을 마련하는 것도 정원 문제와 겹쳐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또 공로연수도 현재 사무관들 중에는 가는 사람이 있지만, 정년을 1년 앞둔 사람이 대상이다. 지금까지 서기관 이상은 2년 조기 명퇴를 해서 대상 자체가 안 돼 가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한 지방국세청 인사 관계자는 "고민하고 검토하고는 있지만 임박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현재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라며 "당장 조기명퇴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무사 자격 때문에 조기 명퇴했던 것은 아니라, 모두가 2년을 채우고 나갈 거라고 볼 순 없다. 다들 세무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정에 있는 제도가 아닌 관습일 뿐이고, 조직의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2년 정도는 조직 차원에서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그랬듯 명퇴를 강제로 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본인들 스스로 명퇴를 결심했듯이 앞으로도 조직에서 강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는 세무서장(4급) 이상 간부들이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정년(만 60세)보다 2년 일찍 명퇴하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1965년생들이 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20명이 넘는 고위직이 이달 말 정든 공직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기명퇴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민한 문제라 다들 공개적인 발언을 아끼고 있을 뿐, 국세청 안팎에선 오래전부터 명퇴시즌만 되면, 이 문제를 대화의 단골소재로 꺼내들어왔다.
◆ "정년연장 논의되는 마당에 국세청만 조기명퇴?"
조기명퇴 문화를 끝내야 한다는 측은 시대와 환경이 예전과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 이들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기퇴직의 명분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사기업은 물론, 공직 사회에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공무원 정년을 만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국세청만 만 58세에 퇴직하는 문화를 계속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국세청만 역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무원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 국세청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치만 보고 있기보다는 미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는 이들의 명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조기명퇴 관행을 손볼 시기가 됐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2001년 이전 국세청에 입사한 이들은 일정 경력(5급 이상 5년 재직)을 갖추면 세무사 자격증이 자동으로 부여되는데, 2001년 이후 입사한 이들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행정고시의 경우 44회부터 자동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이르면 3년 뒤쯤부터 행시 출신 등 고위직 퇴직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조기퇴직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무사로서의 제2의 인생을 보답받을 수 없다는 점도 조기퇴직을 끝낼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한 국세청 관계자는 "10년 또는 20년 이상 근무하면 세무사 시험 과목이 일부 면제되긴 하지만, 40대가 넘은 나이에 다시 공부해서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업무가 바쁜 상황에서 시험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그저 관행대로 조기명퇴하게 되면 너무 막막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혜택 본 만큼 보답하는 것.. 불만 가져선 안 돼"
조기명퇴 관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선배들이 일찍 자리를 내줘서 본인들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서울 시내 세무서장은 "2년 일찍 퇴직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며, "조직으로부터 혜택을 본 만큼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다. 일부 또는 많으면 대다수가 퇴직하기 싫어할 텐데, 개인적으로 선배들에게 받은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퇴직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당장 서장급 이상 간부들이 퇴직하지 않게 되면, 가뜩이나 막혀있는 승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라며 "안 그래도 본·지방청에서 초임세무서장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조기명퇴가 사라진다면 그 화살은 명퇴하지 않는 이들에게 모두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기명퇴 관행을 한 번에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연착률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 몇 년 만 고생하면 금방 바꿀 수 있는 문화이고, 또 바뀌어야 하는 문화로 누군가 용기있게 해야 하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라며, "문제는 승진 적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늦춰지는 은퇴 연수만큼 그 인력들을 어디로 보낼 건지 등의 대안과 시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타 부처는 퇴직 1-2년 남기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수 있도록 공로 연수를 보내기도 한다. 월급도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공로연수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 외에 국세공무원교육원 등에 적체가 해소될 기간 동안만 별도의 보직을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 국세청, "뾰족한 대안 없어.. 조직에서 강제하진 않을 것"
한편, 국세청 인사파트 담당자들은 아직 특별한 대안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본청 인사 담당자는 "조기명퇴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다른 일이 많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원 등에 새로운 보직을 마련하는 것도 정원 문제와 겹쳐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또 공로연수도 현재 사무관들 중에는 가는 사람이 있지만, 정년을 1년 앞둔 사람이 대상이다. 지금까지 서기관 이상은 2년 조기 명퇴를 해서 대상 자체가 안 돼 가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한 지방국세청 인사 관계자는 "고민하고 검토하고는 있지만 임박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현재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라며 "당장 조기명퇴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무사 자격 때문에 조기 명퇴했던 것은 아니라, 모두가 2년을 채우고 나갈 거라고 볼 순 없다. 다들 세무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정에 있는 제도가 아닌 관습일 뿐이고, 조직의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2년 정도는 조직 차원에서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그랬듯 명퇴를 강제로 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본인들 스스로 명퇴를 결심했듯이 앞으로도 조직에서 강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