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 과거 둔화기에 비해 상당히 더딘 모습”
“민간소비 회복…대중국·IT부문 수출 부진에 성장세 둔화 흐름 지속”
“주택시장 부진에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잠재 리스크 요인 폭넓게 점검”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법에 따라 매년 2회 이상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상황과 거시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이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점차 둔화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과거 둔화기에 비해서도 상당히 더딘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은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목표수준을 초과하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근원물가의 경직성은 에너지가격 상승 등 누적된 비용상승 요인의 2차 파급영향(second-round effect)과 양호한 소비회복 흐름 및 고용상황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유로지역에 비해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등이 점진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향후 근원물가에 추가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서비스 소비가 펜트업 효과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노동시장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상승 요인으로 가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비용상승의 2차 파급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양상,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시장기대의 향방 등이 국내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로 상존함에 따라 앞으로도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중국경제의 회복이 리오프닝 이후 내수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대중 수출 증가를 통한 긍정적 파급효과는 아직 미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내 제조업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그간의 공급망 내재화 노력으로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중간재 수입 수요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에 따른 단가 하락과 물량 감소가 동반되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하반기 중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나 과거에 비해 높은 재고 수준, 고금리 지속에 따른 내구재 소비제약 가능성 등으로 회복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주요국의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 긴축적 통화정책기조의 장기화 가능성 등은 글로벌 경기의 하방 위험으로 상존한다고 봤다. 국내경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리오프닝 영향 가시화, IT경기 회복 등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수출을 중심으로 점차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주택시장 부진에 따른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 위험 확대, 미 SVB사태 이후 신용 긴축 심화 가능성 등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 완화에 힘입어 매매 및 전세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 수준,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부진이 지속되면서 비은행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부실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우 SVB와는 사업모델이 상이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우 발생 가능한 잠재 리스크 요인들을 폭넓게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미국의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5월 FOMC 이후 경기 부진 가능성과 은행 부문 불안에 따른 신용여건 긴축 등을 반영해 하반기부터 연준이 정책기조를 전환(pivot)할 것이라는 기대와 최근 은행 부문 불안이 진정되면서 미 금융시장 여건이 대체로 완화된 데다 높은 인플레이션 및 견조한 노동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다수의 연준 인사들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은 최근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는 1∼2회, 영란은행은 1회 가량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 뒤 금년 말 또는 2024년부터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5월 이후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175bp까지 확대되고 미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음에도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 등 수급상황이 개선되며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국의 정책금리 경로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향후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서는 시장참가자들의 국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조정되며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