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사보타주' 그룹 댐 폭파했다" 통화 감청 내용 공개
우크라 "점령군의 방해 공작에 의해 폭파된 것 확인"
◆…카호우카 댐 폭파로 지역 주민들이 침수 지역에서 대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폭발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상대방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통신을 감청했다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이날 러시아의 '사보타주'(비밀 파괴공작) 그룹이 카호우카 댐을 폭파했다는 전화통화 내용을 텔레그램 채널에 올렸다.
1분30초 분량의 해당 음성파일에는 러시아 군인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 러시아어로 카호우카 댐 파괴에 대한 통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SBU는 주장했다
음성파일에 따르면 남성 중 한 명이 러시아어로 "우크라이나는 댐을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 사보타주(비밀방해공작) 그룹이 한 짓이다. 그들은 이 댐으로 사람들을 겁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원래 계획했던 것 이상을 했다. 그 결과 하류의 '사파리 공원'에서 수천마리의 동물들이 죽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다른 남성은 댐을 파괴했다는 이 남성의 말에 놀라워했다.
SBU는 통화에 등장하는 두 남성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SBU는 성명에서 "이번 감청을 통해 카호우카 댐이 점령군의 방해 공작에 의해 폭파된 것을 확인했다"며 "침략자들은 댐을 폭파해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우리나라 남쪽에 인공 재앙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SBU 감청과 그 내용의 진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카호우카 댐 폭파로 드니프로강 일대 600㎢가 물에 잠겨 주민 수만 명이 대피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앞서 지난 6일 발생한 원인불명의 댐 폭파로 드니프로강 일대 600㎢가 물에 잠겨 우크라이나 주민 수만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의 물 공급을 끊기 위해 카호우카 댐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반격을 지연시키기 위해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파했다며 맞서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댐 붕괴로 드니프로강 유역에 묻혀있던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위험이 앞으로 수십년간 민간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