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정 "거래정지로 주주 피해...그냥 두는 게 나을 수도"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인터뷰

"845년 징역형 선고한 美...솜방망이 처벌 벗어나야"

"매도 리포트 합리적이라면 지나친 분노 자제할 필요"

"세계 최고 상속세율...단계적 인하로 주가 높여야"

"증시 불공정거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범죄자는 날아다니는데 금융당국은 뛰고 있다. 처벌 수위를 최대한 높여서 범죄 욕구를 아예 꺾어야 한다. 또 거래소는 무턱대고 거래를 정지시킬 게 아니라 일반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할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21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투연은 회원 5만여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개인투자자 단체다.

정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 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일해야 한다는 문구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용우 의원안), '총주주'(박주민 의원안)를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한투연은 최근 공매도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전 폐지를 위해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국민 100만명 서명 운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SG사태에 이어 '5종목 하한가 사태'까지 증시 불공정거래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 증권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 범죄자는 날아다니는데 금융당국이 뛰어다니면서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첨단 적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범죄 발생 후 뒤따라가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범죄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잡는 사전예방 방식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 금융당국은 곧장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정지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는.
= 거래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피해 총량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거래정지도 통정거래와 전혀 관련 없는 일반주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미국은 거래정지 후 평균 34분만에 거래가 재개되지만 한국은 3~4년까지 거래정지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습관적으로 거래정지할 게 아니라 주주피해를 최소화할 새로운 거래정지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 거래정지를 하지 않아 주가가 폭락한다면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나.
= 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다. 거래정지될 종목은 어차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거래정지 후 재개돼도 하락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냥 둬도 하락하고 거래정지가 돼도 하락한다면 피해액을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시장에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 직접 기업을 분석하기보다는 주식리딩방이나 카페, 유튜브를 참고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이유는.
=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손실을 입는다.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한방에 복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바로 그 점을 노린 '꾼'들의 수법에 의해 불법 주식리딩방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주식 유튜브 채널과 투자 카페의 경우 장점이 분명 있지만 폐해도 상당하다. 의존도를 조금 낮추고 스스로 공부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 개인투자자들은 왜 증권사 리포트를 신뢰하지 않나.
=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은 소속 증권사와 기업, 투자자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삼중 눈치 문화'가 일상이다. 리포트를 쓰면서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게 많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소신 없는 어정쩡한 리포트가 많아져 참신한 스타 애널리스트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매도 리포트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매도 리포트가 나왔을 때 항의하는 투자자도 있지 않나.
= 리포트 자체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면 분노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인투자자들이 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투자자를 화나게 만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리포트가 있기도 하다.

■ 불공정거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다. 형량과 벌금을 최대한으로 높여서 범죄 욕구를 아예 꺾어야 한다. 미국은 금융범죄에 최고 84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반면 우리나라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보면 300억원 이상의 주가조작범도 15년형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재범률이 매우 높다. 벌금도 부당이득의 3~5배로 명시됐지만 실제로는 부당이득액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5억원 수준에 그친다.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

■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게 되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점이 좋나.
= 현행 상법으로는 이사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더라도 회사의 손실이 없다면 처벌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가 일반주주를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는 게 분명해진다. 평등한 주주권리를 보장받는다는 건 주주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고 이는 곧 주가상승으로 직결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되리라 본다.

■ 윤석열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 자본시장과 관련해 여러가지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일단 환영이다. 다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것저것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 근본적인 처방은 없다.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공매도 제도 개혁이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점은 실망스럽다. 무차입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 또는 120일로 정하고 담보비율도 130%로 통일해야 한다.

■ 근본적인 개혁은 무엇인가.
= 우선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고 전자투표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돼야 한다. 전자투표가 의무화되면 모든 주주가 회사 경영에 표를 던질 수 있는 주주민주주의가 확립될 거라 본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배주주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걸 싫어하고 심지어 내리려고도 한다. 상속세율 인하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논의만 되는데 여론을 수렴해 단계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

■ 한투연의 향후 활동 계획은.
= 한투연은 작년말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금투세가 2025년 1월 시행된다. 금투세는 우리 주식시장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다음에 검토해도 늦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공약이 '주식양도세 폐지'였다. 한투연은 금투세 완전 폐지를 위해 7월부터 시동을 걸고 내년 총선 때까지 올인할 계획이다. 국민 100만명 서명운동도 조만간 펼치려고 한다. 공매도 제도 개혁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