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적발금액 1조원이지만 또 논의 불발... 국회 문턱 언제 넘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지난해에만 1조원을 기록하면서 보험사기특별방지법(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논의가 화두에 올랐으나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사기는 계곡에서 남편을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은 일명 '이은해 사건'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여·야 이견이 없는 안건으로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기대감이 높았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보험사기특별방지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랐으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정무위 법안소위에는 총 14개 안건이 상정됐다.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5번째 안건에 올랐다. 그러나 정무위는 4번째 안건을 논의한 뒤 바로 6번째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는 다른 법안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인데 이르면 다음 주 초 열릴 법안소위 첫 번째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보험사기방지법은 2016년 처음 제정됐으며 그전에는 보험사기가 일반 사기죄처럼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낮은 수준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후 보험사기방지법이 제정되면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 수법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수법은 점점 지능화됐다. 이에 현재 보험사기방지법으로는 보험사기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8년 798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3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적발 인원도 10만2679명으로 1년 새 5050명(5.2%) 증가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도 보험사기를 더는 간과할 수 없다며 더욱 강력한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6월부터 무려 17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매번 다른 이슈에 밀리면서 7년간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현재 발의돼 있는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에는 ▲보험사기 유죄시 부당편취 보험금 반환 및 계약 해지 ▲보험사기 이득액의 2~3배 규모 벌금 부과 및 징역형 병과 ▲보험사기 유죄 확정판결 시 보험계약 해지 ▲보험사기업자 명단 공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보험사기특별방지법 개정안 중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도 최소한 상반기에 입법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으나 결국 상반기를 넘기게 됐다.

보험사기방지법이 개정 후 시행될 경우 보험금 누수 방지를 통해 보험료가 상당히 절감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보험사기방지법이 시행돼, 보험사기 액수가 10% 줄어든다고 가정할 경우 약 6000억원가량의 보험료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범죄뿐 아니라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소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험사기와 관련해 사회적 이슈로 재조명되면서 빠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다른 안건보다 후 순위인 상황"이라면서 "보험사기는 최근에도 지능화·대형화되는 추세로 개정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