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장 양성화를 위해 정부가 과감하게 도입한 '면세금지금 제도'를 악용, 부가가치세 등 거액의 세금을 떼어먹은 금 도매업자들에게 대법원이 실형과 함께 수 백억원에 달하는 벌금형을 확정했다.
면세금지금 제도란 순도 99.5%이상의 금괴를 거래할 때 일정기준을 채운 도매업자 및 세공업자에 대해 부가세 10%를 면세해주는 제도로 지난 2003년 도입, 내년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최근 면세금지금을 수입, 불법유통시키는 수법으로 세금을 포탈하고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금 수입업자 공모씨와 제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3년과 벌금 3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백모씨 등 3명에 대해서도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및 14억원∼240억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의해 이윤을 추구할 의사 없이 오로지 탈세에 의해 이익을 취할 계획 아래 '바지사장'을 앉힌 회사를 내세워 마치 정상적인 기업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한 채 사실은 금지금 거래 자체로부터는 손해를 보면서도 부가가치세의 탈세에 의해 결과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변칙적이고도 불법적인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한 적극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이 이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고인들은 서울 종로 등지에서 금 도매상으로 일하면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2월까지 3개월간 금도매상에게 3377억원 규모의 면세금을 유통시키고 30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횡령죄만 유죄가 인정돼 조세포탈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