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북한, 한국과 완전히 적대관계로 돌아섰다”

미국 해군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과 이에 반발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한국과 완전한 적대관계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일 오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현 한반도 정세를 두고 "북한이 남북 관계를 옛날처럼 보고 있지 않다"라며 "(북한은 한국을) 적대 관계로 본다. 완전한 적대 관계로 돌아섰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11일 연이틀 주한미군 정찰기 활동 비난 담화를 내놓으면서 이례적으로 '남조선'이라는 단어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일 이야기하지 말고 이제 남남으로 살자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 방문 계획을 밝히니 북한의 대남 담당(부서)이 아닌 외무성에서 이야기에 답변했다"라면서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적대 국가에 대한 공작 등을 수행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에 승선한 데 이어 "북한이 핵도발을 한다면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방력만 너무 강조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라는 이야기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라면 강력한 국방태세를 갖추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 증진을 위한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노력해야 한다"라며 "(윤 대통령이) 국방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인다고 해서 북한이 '기 죽는다' 이렇게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용어보다는 (남북관계) 상황을 안정화한 후에 평화가 관리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라며 "그런 발언들이 (한반도 정세 안정에) 더 유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통일부 존립 기본취지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에 대해 "정부조직법 31조에 통일부 장관의 사명이 나와있다"라며 "통일부 장관은 통일, 남북 대화, 교류·협력, 통일교육 등에 대해 정책 수립을 하면서 통일 관련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에 기초해서 볼 때 북한과 대화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라며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예정한) 북한 압박 등은 통일부 업무에서 한 부분에 불과하지 기본적인 업무는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 제31조상) '그 밖의 사무'에 해당되는 북한 인권·제재·압박을 갖다가 1순위로 하고 싶어하는 기류가 통일부 장관·차관 (인사를 통해) 보인다"라며 "이는 통일부 존립 기본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윤 대통령을 겨냥해 "외눈박이처럼 힘에 의한 평화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갖고 있다"라며 "평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힘과 상대와의 적대 완화가 두 가지 축인데 하나만 얘기하고 있으면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편 북한 측은 지난 20일 오후 강순남 국방상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기항에 대해 북한 정부가 밝힌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