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경영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은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국책금융기관과 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은 정부 보호막에 안주해 과도한 인건비 인상과 직원확대는 물론 복지후생지출 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26일 감사원 감사결에 따르면 국책은행들의 1인당 영업이익은 시중은행 1억6160만원의 78% 수준인 1억2582만원 선에 머물렀지만, 1인당 인건비는 시중은행 684만원보다 무려 113% 높은 771만7000원에 이르는 등 국책은행들은 빌미만 주어지면 직원들의 인건비 인상 등에 치중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12억6000만원을 비롯해 공적자금지원을 받은 금융기관인 광주·경남은행과 서울보증보험 회장의 평균 연봉은 6억7200만원(우리금융지주 포함)에 달했다. 또 산업·기업·수출입은행 3개 특수은행 기관장 평균연봉은 6억3600만원이었다.
감사원은 이날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한국은행 등 12개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이들 기관들은 예외가 없이 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거나 지나친 복리후생제도를 운용하면서 조직·인력을 확대하는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 순이익 증가…경영혁신 아닌 경기호조 '덕'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지난 2005년 당기순이익의 증대 등으로 경영상황이 외형적으로 크게 개선됐지만, 비용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등 경영혁신 때문이기보다는 경기상황호조 등 영업외이익 증가가 이익증가의 원인.
2004년比 1조9793억원 늘어나 3조4247억원을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투자유가증권 관련 이익증가와 충당금전입액 감소 등에 기인된 것이며, 일부는 지분법평가이익 등 실제 실현된 이익이 아닌 장부상의 이익 등 영업외이익 증가가 원인이라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국책은행들의 비경상적인 이익을 제외한 경상적인 영업성과지표인 총이익은 오히려 2004년보다 3710억원 감소해 본질적인 경영실적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성용락 재정금융감사국장은 "국책금융기관과 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은 외형적으로 드러난 경영지표 호전을 빌미로 편법적인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용, 각종 수의계약과 불필요한 관리업무 유지 등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자녀 학자금이나 전세자금의 무상지원, 과도한 유급휴가제도 운영, 경영성과와 무관한 장부상이익을 근거로 과도한 사내복지기금의 출연 등 준급여성 혜택이 시중은행을 능가하고 있었다는 것.
상위직 증가율 29.5%…국·실장급 103명중 45명 보직 없어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2000년 대비 2005년 6월말 현재 총 정원증가율은 2.3%에 불과한 반면 상위직급 정원증가율은 29.5%에 달했으며, 국·실장으로 근무해야 할 1급 103명 중 45명은 보직이 없거나 팀장이나 팀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또 산업은행은 정부에서 현물출자한 한국전력공사의 주식을 지분법으로 평가하면서 장부상의 이익에 불과한 지분법평가이익을 근거로 시중은행보다 5.6배나 많은 469억원을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는가 하면, 54억원의 성과급을 과다지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금융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의 가장 큰 원인은 감독기관 등의 감독미흡과 지배구조의 취약성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금융공기업 기관장과 감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낙하산 인사'도 감독미흡에 한 몫 했다"고 말했다.
재경부 '낙하산 인사'도 감독 미흡에 한몫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들의 경영감독과 정책감독이 재정경제부로 97년 일원화돼 견제와 균형원리가 작동하지 않았고, 재경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기관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이사와 감사 상당수를 재경부출신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기관장과 감사가 재경부 직원들로 이뤄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낙하산 근절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않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은 필요하다는 권고를 했다"며 "낙하산 문제와 함께 경영평가제도, 사외이사 임용, 감사제도 개선도 포함된 포괄적인 개선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재경부에는 국책은행 임·직원의 보수책정 등 합리적 예산통제 방안을 강구하고, 경영이 정상화된 출자회사나 설립목적사업과 무관하거나 경영이 부실한 자회사의 보유필요성을 재검토해서 정리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산업은행 등의 상임이사를 외부 전문가 중에서도 선임할 것은 물론 사외이사의 비중을 늘려 경영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책은행도 외부 경영평가를 실시하는 등 경영평가제도를 개선할 것도 함께 주문했다.
또 각 기관장에 대해선 자녀 학자금의 무상지원과 임차사택제도, 과도한 유급휴가제도 등 과도한 복리후생지원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회계처리 및 계약의 투명성확보 등의 방안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감사원 감사대상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중소기업·수출입은행 및 한국주택금융공사 ▲공적자금 관리기관인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인 우리금융지주 및 서울보증보험과 우리·광주·경남은행 등 12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