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석 자본연 선임연구위원 "불공정거래 근절 중요하지만...주가급락 관점 접근 필요"
10년간 상장사 8곳 중 1곳서 주가급락 발생
"장기간 누적된 부정적 정보가 일시 공개된 탓"
"회계 투명성 제고...애널리스트·기관 등 시장참여자 역할 강화"
◆…주가급락 종목의 주가 변화. 급락직전일(t=0)의 주가를 100으로 표준화했으며, 기간은 월간(20거래일) 단위.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의 정보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강조됐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주가급락 사태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월 24일 8개 종목(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 삼천리·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의 주가가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월 14일에도 5개 종목(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4월 24일 급락한 8개 종목은 평균적으로 급락 직전일 대비 70%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6월 14일 급락한 5개 종목 역시 급락 직전일 대비 65% 하락한 상황이다.
이같은 주가급락 사태가 시세조종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자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국회는 부당이익의 최대 2배를 과징금으로 환수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 선임은 "주가급락 사태와 관련된 후속 논의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근절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가급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불공정거래의 관점에서만 파악하기보다는 주가급락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급락은 얼마나 자주 발생했을까. 자본연이 지난 10년간 개별주식의 20거래일 수익률에서 시장수익률을 차감한 값이 -50% 이하인 경우를 주가급락으로 정의하고 전체 상장주식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주가급락 사례는 320개사에서 418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8개사 중 1개사가 주가급락을 경험한 셈이다.
자본연은 주가급락 사태의 배경을 장기간 누적된 부정적 정보가 일시에 시장에 공개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경영자는 부정적 정보를 은폐하거나 공개를 지연할 유인을 갖는데 이를 더 이상 은폐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하면 누적된 부정적 정보가 한번에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급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선임은 "시세조종을 행한 이들은 기관투자자 비중이 작고, 애널리스트의 분석대상이 아니고, 투자자와 미디어의 관심이 적고, 공매도가 불가능한 주식을 대상으로 선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기관투자자가 부정적 정보의 발생을 사전적으로 통제하는 동시에 부정적 정보의 은폐를 방지함으로써 주가급락 위험을 줄인다고 봤다. 기관투자자 비중이 작으면 부정적 정보가 발생하고 일시에 공개돼 주가급락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김 선임은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정보원천과 분석기법을 동원해 공시정보 이상의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실증적으로 애널리스트 분석이 감소할 경우 주가급락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상장기업 중에서 최근 1년간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이 단 한건도 제시되지 않은 상장기업 비중은 72%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81%로 더 높았다. 김 선임은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의 92%가 매수의견으로 부정적 정보의 발굴과는 거리가 멀다"며 "애널리스트가 낙관적인 전망으로 편향된 경우에는 오히려 주가급락 가능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역시 부정적 정보의 누적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음에도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데 이마저도 주요국과 비교할 때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게 자본연 분석이다.
김 선임은 "과대평가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누적된다면 주가급락 가능성은 불가피하다"며 "회계, 공시와 같은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공매도 투자자와 같이 부정적 정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주가급락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