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발생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아주 사소한 일이든 어떤 중요한 일이든 간에 탈(頉)없이 무탈(無頉)한 날과 길신(吉神)이 함께하는 날을 택일(擇日)해 일을 시작하고 출발함이 진행과정도 순조롭고 성공적인 목표 달성은 물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선지자(先知者)들이 여겼음이 전통이고 풍습이다.가만히 내버려두면 무탈(無頉)할 일도 흉신(凶神)이 득실거리는 흉일(凶日)에 일을 시작하거나 중요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긁어서 부스럼이라고 오히려 큰 탈(頉)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슨 일을 진행하다가 어떤 뜻하지 않게 일이 꼬이거나 가로막히고 나쁜 일이 생기면 '탈(頉)이 났다'고 한다. 탈(頉)이란 무형의 초자연적인 나쁘고 삿된 기운의 개입으로 인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남을 가리킬 때에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택일(擇日)과 택시(擇時)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길일(吉日)은 길신(吉神)의 움직임이 많은 날이기에 어떤 중요한 일을 행함에 방해를 받는 일이 작고 꼬이는 일이 거의 없어 무탈(無頉)한 날이다. 반면에 흉일(凶日)은 흉신(凶神)의 움직임이 많은 날이기에 어떤 중요한 일을 행함에 방해를 받는 일이 많고 진행이 꼬여서 일을 그르치는 유탈(有頉)한 날이다.
택일이란 어떠한 행사(行事)의 날을 가리어 고르는 것을 말한다. 우선 흉일(凶日)을 피하면 무탈(無頉)한 날이 될 것이고, 길일(吉日)을 택한다면 좋은 날이 될 것이다. 무탈(無頉)이란 첫째 병(病)이나 연고(緣故)가 없고, 둘째 까다롭거나 스스럼이 없으며, 셋째 탈을 잡힐 데가 없음을 뜻한다.
반면에 탈(頉)이란 첫째 뜻밖에 일어난 걱정할 만한 사고이고, 둘째 몸에 생긴 병이며, 셋째 핑계나 트집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탈(頉)이란 뜻밖에 일어난 걱정할 만한 꼬임·막힘·핑계·트집·허물·사고·득병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탈(頉)이란 어떤 잘못되고 그릇된 행위로 인해 초자연적인 존재를 자극함으로써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비정상적인 상태 또는 그 결과를 가리킬 때에 사용하는 말이다.
'탈(頉)'이 들어가는 우리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같은 탈(頉)이라 하더라도 '문제·트집·사고·병·허물·고장'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별 탈(頉)이 없었다.' 또는 '탈(頉)이 났다.'고 할 경우의 탈(頉)은 '걱정할만한 뜻밖의 문제와 사고가 일어났는지'의 유무를 뜻한다.
탈(頉)은 대개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발생한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이에 대한 원인을 초자연적 존재의 개입으로 보는 것이다.
예컨대 집안의 물건을 잘못 다루었을 때 생기는 동토·동티·동태의 경우 지신(地神)의 노여움을 사서 화(禍)를 입는 경우다. 출행(出行)했을 때 발생하는 살이나 주당은 잡귀의 해코지가 원인이라고 여긴다. 동토·살·주당의 원인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에 있다면, 탈(頉)은 그로 인해 생기는 비정상적인 상태 또는 그 결과를 뜻한다.
예컨대 눈병이 났을 경우 집안의 벽에 못질을 잘못했기 때문에 '동토가 났다'고 하는데, 이 때 '동토가 나서 생기는 눈병이 곧 탈(頉)'인 것이다. 따라서 탈(頉)은 동토·살·주당 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하는 용어들을 총칭하는 상위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탈(頉)의 원인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있기 때문에, 해결방법 역시 의례행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탈(頉)이 남으로써 작동되는 의례행위는 '초자연적 존재의 개입' '탈이 남' '의례를 통한 치유'라는 종교적인 상징체계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들은 믿음이라는 매개를 통해 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가사(家事)신앙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탈(頉)의 빌미는 가신의 신벌, 객귀의 침입, 동토·동티·동태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가신의 신벌로 인해 생기는 탈(頉)은 가신에 대한 금기(禁忌)를 깨뜨리거나 정성을 다해 위하지 않았을 때 가족 가운데 누군가 병을 앓게 되는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이런 때는 가신의 화(禍)를 풀기 위해 정성껏 제물을 마련하여 잘못을 빌고 병이 낫기를 기원한다.
객귀의 침입이 원인인 경우에는 객귀물리기를 해서 병을 치유하려고 한다. 집안 식구가 외출했다 돌아온 뒤부터 이유 없이 병을 앓게 되면 객귀가 들었다고 여겨 객귀물리기를 한다. 대개 제물을 대문 바깥으로 내친 뒤 주문을 하면서 부엌칼을 대문 바깥으로 던지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칼끝이 대문의 바깥을 향하고 있으면 객귀가 나간 것으로 여긴다.
사용하는 제물(祭物)은 바가지에 보리밥과 막걸리를 담거나, 또는 된장국에 먹다 남은 찬밥이나 반찬 등을 담아 사용하는데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동토·동티·동태는 일반적으로 흙을 잘못 다룸으로써 생기는 탈(頉)이지만 집안의 나무를 베었다거나 집을 고칠 때 날과 방위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하는 등 집 전체와 관련짓는 경우가 많다. 동토·동티·동태 역시 가족 가운데 누군가 병을 앓는 형태로 나타난다. 지역별로 특별히 고안된 방법으로 탈(頉)을 제거한다.
길일(吉日)이 아니고 흉일(凶日)임에도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일이나 큰 행사를 강행해야 할 경우에는 '황도(黃道)의 시간대'에 거행함이 불리함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황도(黃道)의 시간대' '황도 12궁'이란 태양의 궤도(黃道)를 분할하는 12개의 별자리로 황도(黃道)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이다. 태양과 달과 행성은 거의 한 길로만 움직이는데, 낮에 태양이 지나간 그 길 위로 밤에는 달과 빠른 별들이 반드시 지나간다.
그리고 황도(黃道)라는 길의 위로 다시 해가 뜨니 당연히 황도(黃道)라는 길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고, 황도(黃道)라는 길의 배경에 있는 별자리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황도(黃道)라는 길 '그 배경의 별자리'가 바로 '황도 12궁'이다.
가정에서 탈(頉)이 났을 경우에 가장 간편하게 액(厄)막음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첫째 마른 쑥인 건애(乾艾)를 망사주머니에 담아서 현관출입문 위에 걸어두거나, 둘째 [흰 소금+붉은 팥]을 1:1로 섞어서 그릇에 담은 후에 출입문 또는 편문 등에 하루 동안 비치해 놓은 후에 철수하기도 한다.
'꼬임·막힘·핑계·트집·허물·사고·득병' 등 탈(頉)이 날 가능성이 높아 택일(擇日)에서 가장 기피하는 대표적인 흉일(凶日)에는 [천적일(天賊日)·수사일(受死日)·10악대패일(大敗日)·제사불의일(諸事不宜日)·복단일(伏斷日)·세파일(歲破日)·월파일(月破日)·천공일(天空日)] 등을 들 수 있다.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