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우 자본연 연구위원 "완전부과방식 전환은 세대간 형평성 어긋나"
2055년 국민연금 기금 소진...부과방식비용률 26.1% 전망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 바람직" 주장
"미래세대 보험료+현재세대 적립금 운용수익"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공적연금의 재정방식과 연금개혁' 보고서를 통해 "적립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는 개혁안으로 세대간 갈등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국회의 공적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모수개혁에 대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1기를 마무리했으며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되고 완전부과방식으로 전환된다. 부과방식비용률은 2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세대가 소득의 26% 이상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적연금의 재정방식에는 그해 필요한 지출을 그해 수입으로 충당하는 '부과방식'과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적립금으로 미리 쌓아두는 '적립방식'이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부분적립방식인데 기금이 고갈되면 완전부과방식이 된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완전부과방식은 세대간 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근로세대가 은퇴세대를 부양하는 매커니즘에서 미래세대의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면 공적연금의 사회적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 국민연금(CPP)을 벤치마킹해 국민연금을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이미 100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둔 만큼 기금을 모두 소진시키고 부과방식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적립금이 영구히 유지되는 재정방식을 재설계하기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정상상태 적립은 일정 수준의 적립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부과방식비용률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CPP는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급여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의 60%를 미래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충당하고 나머지 40%는 적립금 운용이 책임지는 구조다.
CPP는 이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CPPIB라는 독립된 전문 운용기관을 신설했다. 적립금의 운용에 있어 제도가 요구하는 목표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달성돼야 한다는 취지다. CPPIB는 최근 투자 전문회사로서의 위상을 강조하고자 기관 명칭을 CPPI로 변경했다.
CPPI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5년 연평균 6.11%라는 목표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 85%의 기준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이로부터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10%를 웃도는 우수한 투자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CPP 모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완전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 아닌 정상상태 부분적립의 유지와 보험료와 운용수익의 역할 분담으로 미래 급여지급에 대응한다는 개혁의 큰 방향은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재정균형을 '연금보험료, 기금운용수익, 국고부담의 금액과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 및 기타 국민연금사업 비용에 관한 수지가 70년의 재정평가기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하되, 평가기간 50번째 연도부터 마지막 연도까지 매년 연금지출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보유'하는 것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예시로 들었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 수입이 전체 비용의 34.8%, 기금운용 수익이 65.2%를 책임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남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의 시대에 완전부과방식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은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일정 수준의 적립금이 영구히 지속하는 정상상태 적립방식의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세대의 과중한 부담이 자신들이 내는 보험료와 이전 세대가 만든 적립금 운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