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동안 러시아군 방어선 중 첫번째도 못 뚫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동맹 내 균열 촉발할 수도"
◆…러시아 공습으로 불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건물 <사진 로이터>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최신 정보 브리핑을 듣고 온 미국 등 서방 고위 관리들의 전언을 인용, 이들의 진단은 대부분 비관적이었다고 소개했다.
한 서방 고위 외교관은 "앞으로 몇 주간 여전히 그들(우크라이나)은 진전을 이룰 기회가 있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교착 국면을 타개할 진전을 이룰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해 보인다"고 CNN에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기갑부대를 훈련시키는 미군 지휘관을 유럽에서 만나고 돌아온 마이크 퀴글리 미 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내가 받은 브리핑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것이었다"며 "우크라군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느껴졌다. 지금은 전쟁 중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난관은 러시아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 몇 겹으로 구축해 놓은 다층 방어선이다. 수만 개의 지뢰와 광범한 참호망을 뚫어 내는 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었고, 사령관들은 재편성과 사상자 축소를 위해 부대의 진격을 중지시켜야 했다.
다른 서방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군이 갖춘 여러 겹의 방어선 가운데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제1 라인조차 깨뜨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몇 주간 전투를 지속한다 해도 최근 7, 8주에 걸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그들이, 더욱이 더 고갈될 병력으로 갑자기 실마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고위 미국 관리는 미국은 우크라군이 직면해 있는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으나 새로운 진전에 대한 희망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크라인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전쟁 상황이 더 어렵고 더 느리게 나갈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크라군이 진전을 일궈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CNN은 이 같은 최근의 전황 평가는 반격이 시작될 때의 낙관론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리핑 소식을 전한 관리들은 당시의 기대는 "비현실적인" 것이었으며 이제는 오히려 서방의 일부 국가나 세력이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상을 시작하도록 압박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협상에는 우크라가 제일 기피하는 영토 양보 가능성에 대한 고려도 포함돼 있다.
퀴글리 하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로 이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러시아 군인들을 희생시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는데, 시간은 '인해전술'을 펼 수 있는 푸틴 대통령의 편이라는 뜻이다.
장기전은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할 공산이 크다. 기대와 실제 결과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서 우크라이나 측과 서방 지원 세력이 서로 비난하며 책임을 미루게 되고, 이런 식으로 동맹 내 균열을 촉발할 개연성이 있다는 게 일부 서방 외교관의 우려라고 CNN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