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청주사업장 C3동.
'윙'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무인장비 사이로 '스목(smock)'으로 불리는 작업복을 입은 오퍼레이터(생산직 사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 달린 작업복에 마스크까지 착용해 우주복을 연상케했다.
먼지가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특성 때문에 이런 복장을 하는 것인데 출입구에서 '에어 샤워'를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 잡담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곳에서 만난 오퍼레이터 조은숙씨(24.여.PKG 제조2팀).
한창 좋은 나이에 추석을 앞두고 들뜰만도 하겠지만 강원도 삼척이 고향인 그에게 추석연휴는 남의 일이다.
반도체 제조업의 경우 기계를 잠시라도 놀릴 수 없는데다 최근 주문이 쏟아져 이번 황금연휴에도 4조3교대의 정상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 19단계 중 16단계인 '다이 어태치(실품 칩을 리드 프레임에 접착시키는 공정)' 일을 하는 조씨는 지난해 추석에도 특근으로 고향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입사 2년차의 조씨는 "명절에 집에 가지 못해 아쉽고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근무 이외에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임직원 4천500명의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에서는 5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2천800-3천명이 특별근무를 하게 된다.
회사측은 이번 추석연휴에도 현장을 지켜야 하는 직원들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4일 떡과 과일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명절만 되면 직원들에게 미안한(?) 하이닉스는 대신 매월 한번씩 새벽 근무시간대에 특정 여사원에게 부모의 사랑이 듬뿍 담긴 비디오 영상편지를 보여주고 다과도 베풀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