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는 것을 스스로 알고 이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세청에 대해 감사원이 뒤늦게 감사를 벌이고, 마치 감사원이 권고를 해서 국세청이 시정한 것처럼 비춰지는 감사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은 4일 국세청을 대상으로 벌였던 '납세자 권익 보호실태' 감사와 관련, "국세청이 체계적인 국세규칙 관리 및 정비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채, 주무 부서별로 국세규칙을 산발적으로 생산해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장관 및 국세청장에게 국세규칙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불합리한 법령·규칙을 정비하도록 개선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표현은 "감사과정에서 국세청이 주무 부서별로 예규 등 국세규칙을 산발적으로 생산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 적발됐고, 이에 따라 국세규칙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국세청에 권고했다"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초부터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은 "100번의 친절보다 한번의 억울한 세금을 방지하겠으며, 이를 위해 부실과세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천명, 다각적인 부실과세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었다.
법인세과와 재산세과 등 주무 부서별로 산발적으로 생산하던 예규관련 업무를 지난해 6월에는 태스크포스팀인 법규팀으로 통합하고, 석달 후인 9월에는 법규과를 정식과로 출범시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세규칙 관리 및 정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
아울러 법규과에서는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불합리한 법령·규칙의 정비업무는 물론 국세관련 질의·회신업무를 불합리하게 처리하거나 법원에서 반복 패소하고 있는 원인이 되는 예규를 정비하는 임무가 맡겨졌었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것은 법규과가 만들어지고 한달이 지난 시점. 예규 등 국세관련 행정규칙의 체계인 관리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감사에 나선 감사원으로서는 오히려 국세청에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고 칭찬했어야 할 상황이었다.
감사원은 그러나 당시 이미 만들어져 있던 '법규과'에 대한 감사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세규칙 관리시스템으로 국세청이 운영하는 법규과를 감사하고, 법규과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셈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국세청 감사과정에서 국세청이 예규 등 국세규칙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법규과를 신설, 부실과세를 줄이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됐었다"며 "다만, 감사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주무부서별로 산재해서 예규관리를 하는 문제는 여전히 지적됐었다"고 설명했다.
감사가 이뤄지던 시점인 10월 현재 법규과는 세원관리부서별로 과거 어느 정도의 유권해석이 생산됐었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었고, 과거의 유권해석은 아직도 세원관리 부서별로 관리될 뿐만 아니라 법규과는 DB구축 작업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
납세자의 유권해석요청도 세원관리부서, 법규과, 국세종합상담센터 등으로 제각각 접수됐고, 유권해석이 상위법령에 맞는지 상급기관인 재정경제부와 6개월 단위로 법제처에서 검증 받도록 하는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국세규칙 관리시스템을 마련토록 한 것은 지금까지의 국세청 내부만의 관리가 아니라, 법제처와 재정경제부 등 외부기관을 포함한 보다 상위개념의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