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광 "이화영 부인 '변론 반대', 변호사 비난 행위"...사임계 제출
法, 이화영에 국선변호인 지정 선임…22일 오후 재판 진행
檢 "변호인 사임 논란, 누군가의 사법방해 행위 상당히 의심"
박찬대 "이화영 관련 당이 돕겠다" 제안 후 백씨 '검찰 회유·압박' 주장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사진=연합뉴스]
22일 법조계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 43차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은 "전날 해광 측에서 사임계를 제출해 오늘 오전 재판은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 선임해 이날 오후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간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변호를 해온 해광이 전날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함에 따라 이날 오전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홀로 법정에 출석했다.
해광 측은 "이 전 부지사 부인이 계속해서 (해광이 변론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사실이 아닌 말로 변호사를 비난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신뢰 관계에 기초한 정상적인 변론을 더 이상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록상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으로 현근택 변호사 등 2명과 법무법인 호원이 있지만, 이들 변호인은 그동안 실질적 변론에 참여한 적이 없다.
앞서 검찰도 지난 16일 재판 지연을 우려하며 이 전 부지사에게 국선 변호인이라도 지정해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재판장은 "앞으로 사선이 선임될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국선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해광 측에서 사임계에 당부한 것처럼 피고인이 제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국선을 추가로 선임되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인신이 갇힌 상태에서 가족과 변호인을 설득하기 어려웠다"며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기회를 다시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검찰 측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실을 진술하지 못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사법방해 행위가 아닌지 상당히 의심된다"며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당부했다.
이어 "지금 벌어지는 상황(변호인 사임 논란)은 단순히 피고인과 가족 간 불화나 견해차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내는 건 형사사법의 문제인데 이를 흔들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의 파행이 "이화영과 관련해 당이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측이 재판 개입 의사를 밝힌 뒤 벌어졌다며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 배우자는 해광을 남편을 위해 변호인으로 선임한 사람이며 지난 10개월간 문제 제기 없이 본건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해임하겠다', '검찰이 회유, 압박했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며 "이후 재판이 한 달간 공전했고, 오늘 오전 재판도 공전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 전 부지사의 40년 지기 인사인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이우일씨를 만난 지난달 13일부터의 상황을 일자별로 정리해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박 최고위원은 이씨를 만나 "이화영과 관련해 당이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제안한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박 최고위원과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씨의 전화 통화를 연결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백씨는 민주당에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자필 편지를 보낸다.
이어 백씨는 지난달 24일 이 전 부지사의 실질적 변호를 도맡아온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한 달간 공전을 거듭하며 파행했다.
이달 8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제42차 공판에서 법무법인 해광과 함께 공동 선임된 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사가 출석했다.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무관한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및 변호인 사임서를 차례로 제출하고 퇴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 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검찰 측은 이날(22일) 재판에서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권이 다른 목적으로 훼손되는 경우 없어야 한다. 혐의 사실을 입증하고 이에 대한 방어권 행사는 법정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외부 세력에 의한 사법 체계 흔들기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최고위원은 이달 17일 MBC라디오에서 민주당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씨와 만난 것이 맞다고 했으며, 이씨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박 최고위원은 "저랑 대화하다 말고 전화가 오니까 받으셨던 것 같은데 갑자기 저를 바꿔주시더라.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고 받았는데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이셨다"며 "우연히 바꿔진 전화 통화를 통해 갖고 회유와 압박이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며 "당시 도지사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북한에 돈을 썼는데, 우리도(도지사 방북) 신경 써줬을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