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미 장기 소모전 대비…제2 베트남 우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일 승전을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은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진퇴양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 글로브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영원한 전쟁'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끌고 갈 충분한 자원을 워싱턴이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의 개인적 발언을 전제로 "미국이 내년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있을 가능성"과 함께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질 '소모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서방 전역의 군사전략가와 정책입안자들은 이미 내년 봄의 공세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상황"에서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퀸시 책임국가연구소는 백악관이 새로운 영원한 전쟁을 시작할 충분한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EMP 테스크포스 연구원이자 전 미 국방부 장교인 데이비드 T. 파인은 스푸트니크 워싱턴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나토가 내년 봄과 그 이후까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무기와 탄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초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여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무장시켜 러시아와 동일한 수준의 군사력으로 싸울 수 있도록 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포탄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나토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분석가는 "나토 수준의 재래식 무기는 '마법의 총알'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50~60대의 초기 모델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것이 전쟁 수행과정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보다 15배 이상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 수준의 지원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제공권을 의미 있게 약화시키는 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전투기 조작을 위한 영어 훈련을 거쳐 F-16을 조종하도록 하는 데 최소 5개월에서 8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2024년 초까지는 전장에 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군사 전문가는 키예프에 대한 추가 무기 공급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은 서방이 어느 정도의 무기를 공급하면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 수준의 영토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히 어긋남에 따라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T. 파인은 "현실은 나토가 우크라이나보다 5배 이상 많은 탱크, 전투기, 포병시스템을 보유한 러시아를 물리칠 수 있는 '게임체인저' 역할이 가능한 재래식 무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라며 "러시아는 하르코프 주 인근 30만 명의 예비군을 이용,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배치된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한 뒤 패배를 수용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130억 달러의 직접적인 원조는 고사하고 어떤 종류의 추가 지원에도 난색을 보인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의 추가 지원 승인을 받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의 부정적인 결과도 상당히 지원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8월 여론조사회사 SSRS가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5%는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승인하는 것에 반대한 반면 45%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1%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울만큼 충분히 도왔다고 답했고 48%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한편 지난해 2월 조사에서는 62%가 더 많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인은 "우크라이나는 반격이 시작된 이후 두 달 동안만 추가로 4만 명 이상이 전사하고 그보다 많은 인원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바이든과 젤렌스키가 엄청난 인도주의적 비용을 투입하며 전쟁을 연장하더라도 지난해 11월 이후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힘을 빼기 위해 크림반도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계속해서 군대를 잃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한 흥분이 깊은 실망으로 변하자, 미국 관리들과 내부자들을 중심으로 작년 11월 평화 회담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퇴임시켜야 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며 미국 언론들도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2014년 이전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던 모든 영토를 되찾겠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극대주의적 주장에 서서히 짜증을 내고 있다고도 한다. 파인은 "지난 11월 밀리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점점 더 많은 미 국방부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의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우크라이나가 어떤 추가 영토도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예측이 옳다는 것을 지금 확인하고 있다"라며 "만약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더 현명했더라면 공세 과정을 끝내고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한 후 11월에 러시아의 영구적인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