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홍수로 사망 5천명·실종 1만명 추정…"어디에나 시신 있어"

데르나서 댐 2곳 무너져 익사자 속출

"도시 25% 사라져"…"재앙적인 상황"

전화선 끊어지고 도시 파괴돼…구조 난항

"안치소 앞 인도에 시체 방치돼"

지난 10일 발생한 강력한 폭풍우로 댐 두 개가 무너져 도시 전체가 물에 휩쓸리는 등 대규모 홍수가 일어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각 5천 명,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CNN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정부 내무부는 국영 매체 라나(LANA)를 통해 지금까지 최소 5천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제 적십자연맹 리비아 대표단의 타메르 라마단 대표는 실종자가 1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사망자 수가 엄청나다"고 우려했다.

리비아 동부에서는 10일 강력한 폭풍우 대니얼이 데르나를 비롯해 벵가지, 알마르지 등 동부 일대를 강타하면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해 이 같은 재난이 일어났다.

특히 인구 10만 명의 해안 도시 데르나에서는 댐 2곳이 무너지면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겨 익사자가 속출했다. 당시 데르나의 수위는 3미터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동부 당국은 도시 전체가 물에 휩쓸려 갔다며 데르나에서만 6천 명에 달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스만 압둘랄릴 보건부 장관은 이날 도시를 돌아보며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데르나의 4분의 1이 파괴되고 이 지역에서만 최소 2천 2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민간항공부 장관이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인 히켐 치쿠아트는 로이터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도시의 25% 이상이 사라지고 수많은 건물이 무너졌다"며 "시신이 바다, 계곡, 건물 아래 등 어디에나 누워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구조대는 구조뿐 아니라 시신 수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 및 구급차 서비스 대변인 오사마 알리는 "사람들이 썩어가는 시체를 수거하고 있다"며 "시체 안치소 앞 인도에 시체가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화선이 끊어져 구조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심각한 파괴로 인해 구조작업자들이 데르나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알리 대변인은 "리비아는 대비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수준의 재앙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동서로 분열되어 있는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수년간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부 지역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임시국가 통합정부 아래에 있으며 동부 지역은 우사마 하마드 리비아 국민군(LNA) 통제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