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산물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져"
동유럽 3국 "우크라 농산물 직접 유입 우려"
우크라 "EU 결정 어기면 문명화된 방식 대응"
◆…루마니아의 흑해 연안 항만인 콘스탄차항구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직접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유럽연합(EU) 결정에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자체적으로 곡물 수입 금지를 연장하겠다며 반발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16일부터 동유럽 5개국에 대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직접수입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불가리아·헝가리·폴란드·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5개국에 대해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직접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지 약 넉 달 만이다.
집행위는 "우크라와 국경을 접한 5개 회원국 내 농산물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졌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EU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되자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폴란드 등 EU 동유럽 국가를 경유해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동유럽 시장에 직접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산 물량이 급증하면서 동유럽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EU는 동유럽 5개국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산 밀, 옥수수와 유채·해바라기씨의 역내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EU의 금지 조치 넉달 만에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동유럽 판매가 가능해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와 EU의 진정한 단결과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자국 법규를 적용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자국 내 집회에 참석해 "집행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금지 조치를 연장하겠다"며 "폴란드 농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은 계속 허용할 방침이다.
로이터는 EU와 3개국의 이견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모처럼 단결했던 EU가 분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집행위와 우크라이나는 3개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위법임을 강조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3국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회원국들이 규정을 어기면 문명화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추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30일 이내에 수출 허가 시스템을 비롯한 법적 대비 조처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