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8일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 대비 59조1000억원 부족한 341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세수 결손(정부 예산 대비 국세수입의 부족분)액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고 길게 진행되면서, 정부는 국세수입 부족액이 연말에 5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손 세수는 재정 효율성·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나라 살림 측면에서는 달갑지 않은 재정지표다. 정부는 재정사업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가용재원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재정 대응방향'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당초 계획한 예산(400조5000억원)과 비교해 59조1000억원 부족한 341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라면 경기예측 실패로 '역대급 세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작년에도 세수추계에 활용되는 경제지표 전망치에 오차로 인해, 국세수입이 예산에 비해 30조원이 더 걷힌 바 있다.
기재부는 "국세수입 감소는 작년 4분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인한 기업 영업이익 급감, 자산시장 위축 등에 기인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상장사의 영업이익(개별기준)은 81조7000억원으로, 1년 전(119조7000억원)보다 31.8%나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법인세수는 예산(105조원) 대비 25조4000억이 덜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 소득세수도 17조7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봤다(예산 131조9000억원). 부가가치세수(예산, 83조2000억원)의 부족분은 9조3000억원이었다.
재정정책 신뢰 떨어뜨린 '엉터리 세수추계'
◆…(자료 기획재정부)
현실적 측면에서 여러 변수가 많아 100% 정확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과도한 오차율 발생은 분명 문제다. 주로 2020년은 정부가 계획한 세입예산에 비해 적게 들어오는 '결손 사태'를 맛봤거나, 2021~2022년은 예상보다 수십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수 추계가 들쑥날쑥하게 되면 재정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계획성 있는 경기 대응이 어렵다는 소리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자 무리한 징세행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2015~2019년까지 한국의 평균 세수오차율은 5.5%였는데, 2020~2022년까지의 기간은 11.1%로 껑충 뛰었다. 미국(8.9%)·일본(9.0%)·독일(7.4%)·캐나다(10.6%)보단 높았고, 영국(12.7%)보단 낮았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이후 주요국들의 세수 오차율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특히 해외 주요국들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법인세와 자산시장 관련 세수의 세수 추계 오차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①국내 전문가의 참여를 대폭 늘리는 등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②국제기구(IMF·OECD 등) 전문가로부터 기술적 자문을 받으며 ③세수 추계 관련 국내 최고 전문기관인 국회 예산정책처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족한 세수, 어디서 채우나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에도 불구, 재정사업(민생·경제활력 지원 등)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가용재원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세계잉여금(일반화계 등 4조원 내외), 기금 여유재원(외평기금 등 24조원 내외) 등을 활용한다. 또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 등 통상적 불용도 고려해 관리할 예정이다. 이런 불용 규모는 2021년에 3조7000억원, 2022년 7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관계법상 세수 감소에 연동해서 줄어드는 지방교부세·금(23조원 내외)의 경우, 관계부처·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재정안정화기금 등 지자체의 자체재원을 활용해서 보전해 나갈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러한 재정 대응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시, 세수 부족으로 인한 민생·거시경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연말까지 관계부처·지자체들과 긴밀한 협력하에 지자체 재원보전에 만전을 기하면서 재정집행점검회의 등을 통해 집행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