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식량·에너지·어린이 무기화"…유엔총회서 강력 비판

"러, 수만명 어린이 납치…분명한 대량학살"

자국 곡물 금수조치 연장한 폴란드 등 비난 "러 식량 무기화 도와"

"석유, 가스 이어 원자력 무기화…자포리자 발전소 점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7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부터 납치된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러시아가 어린이를 납치하는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수만 명의 어린이를 납치했다"며 "러시아에 있는 어린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미워하도록 교육받았으며 가족과의 모든 관계가 끊어졌다. 이는 분명한 대량학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는 점령지의 전부 혹은 일부를 인정받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식량 공급을 무기화하려고 한다"며 "식량, 에너지, 어린이 등 모든 것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인한 곡물 수출 봉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국산 곡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 연장을 조치한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이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 우리 친구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를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오랫동안 석유와 가스를 무기로 사용해 온 러시아가 이제 원자력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잠재적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변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점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세계 누구도 어느 나라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무기화는 억제되어야 하고 전쟁 범죄는 처벌되어야 하며 추방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점령자들은 그들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나선 지 3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초기 기대만큼 속도가 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강력한 동기 부여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차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이러한 노골적인 공격에 맞서고 내일 다른 공격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열화우라늄탄이 곧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국이 앞서 약속한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곧 우크라이나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번에 보내지는 전차들이 120mm 열화우라늄탄으로 무장돼 있다고 밝혔다.

열화우라늄탄은 장거리에서 장갑차나 전차의 철판을 뚫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녀 포격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전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사용 시 발생하는 방사능 먼지와 독성물질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으며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