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공식 고수하면 분쟁은 전장에서 해결"
"흑해곡물협정 재개 위한 유엔의 제안은 비현실적"
"서방은 세계를 적대적인 블록으로 나누고 갈등 조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유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서방을 '거짓말의 제국'이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신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채택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서방은 인위적으로 세계를 적대적인 블록으로 나누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세계가 자기중심적인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역을 북반구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일 3국 연합체 등 소규모 군사·정치 동맹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구조를 망치는 것도 목표로 삼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10개항의 '평화공식'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서방은 젤렌스키의 평화공식 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그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분쟁은 전장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 10개항은 ▲방사선(원전) 및 핵무기 안보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모든 포로 및 민간인 억류자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 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정의 실현 ▲환경 파괴 방지와 환경 보호 ▲전쟁 격화 방지 ▲전쟁 종식 확인 등이다. 유엔 헌장은 주권과 영토 보전, 인권 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신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언급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흑해곡물협정 파기와 관련해서는 서방을 '거짓말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면서 서방국가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위한 유엔의 제안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에게 왜 그 제안이 효과가 없는지 설명했다. 우리는 그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단순히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은행의 제재 해제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 시스템 재연결 등 우리의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흑해곡물협정을 탈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유엔 총회에도 불참해 라브로프 장관이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라브로프 장관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두 참석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초반 연설 직후 자리를 떠났고, 라브로프 장관은 2시간여 뒤에 나타나 두 사람은 직접 마주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