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서방, 배럴당 60달러 넘는 러 원유에 보험 등 금지
러, '암흑 선단' 이용해 원유 수출 75% 보험 없이 운행
"2023 러 원유 수출 수입 최소 20조 이상 증가" 추정
◆…러시아 원유 수출 화물선 '퓨어 포인트(Pure Point)'가 카라치 항구에 정박해 있다. <사진 로이터>
EU와 주요 7개국(G7)은 가격 상한제를 통해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해 보험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암흑 선단'을 이용해 원유 수출 선박 75%를 보험 없이 운행하고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운 및 보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러시아 해상 원유 흐름의 거의 4분의 3이 서방의 보험 없이 이동했다며 러시아가 이를 통해 주요 서방의 가격상한제를 피해 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의 가격상한을 설정하는 데 합의했고, G7과 호주가 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현재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해서는 보험, 운송 등 해상 서비스가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FT는 러시아가 서방의 보험이나 기타 서비스 없이도 운항할 수 있는 소위 '암흑 선단' 유조선을 구축하면서 제재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물 분석 회사 Kpler와 보험회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러시아의 무보험 운송은 올봄에만 약 50%가량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가 가격상한제를 회피하는 데 더욱 능숙해지고 있으며 더 많은 석유를 국제 시장 가격에 가까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키이우경제대학교(KSE)는 7월 이후 원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러시아가 이 같은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2023년 러시아의 원유 수출 수입이 최소 150억 달러(약 20조 500억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FT는 이런 상황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판매를 통한 러시아의 수입을 제한하려는 서방의 노력에 이중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를 회피한 러시아 원유의 판매 비율 증가뿐 아니라 러시아의 원유 수출국으로서 독립성 강화는 유가의 강력한 상승세와 동시에 이뤄졌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13개월 만에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다.
당초 국제사회의 원유 공급 부족과 가격급등을 방지하며 러시아 석유 수출을 금지하기 위해 고안된 가격 상한제가 여러모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FT는 이 같은 데이터가 여전히 더 많은 원유 수익이 러시아 정부의 전쟁자금으로 유입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SE의 벤 힐겐스톡 경제학자는 "러시아가 원유를 운송하는 방식의 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의미 있는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