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야당 모욕 말고, 민생 영수회담 응답하라"
"여당 지도부의 거친 막말이 '尹의 불편한 심기' 대변하나"
與 "대통령 만나겠다고 앵무새처럼 8번째 말씀…무슨 의미"
"여당 완전히 패싱하나…정치적인 의도밖엔 해석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창설 제71주년 기념식 및 전국 읍·면·동회장 총력안보 결의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당일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여당에선 '연목구어'라며 여야 대표 회담부터 응할 것을 요구하자 민주당은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 모욕 말고, 민생 위한 영수회담에 응답하라"고 거세게 촉구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입장이 없다'라고 답변을 회피하는 가운데, 여당의 막말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왜 여당이 대통령실을 대신해서 나서는지 의아하다"며 "혹시 여당 지도부의 거친 막말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뒤끝'과 '옹졸함'을 보였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뒤에 숨은 졸렬한 정치를 멈추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직시하라"고 맹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라면 야당이 제안한 대화와 타협의 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은 정치가 정쟁을 멈추고 민심을 받아들여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길 원하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부정하며 민생 회복을 위한 협치의 기회를 날려서야 되겠나"라고 따져물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태우 구청장 보궐선거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국회에서 얘기를 안 하고, 어디 엉뚱한 번지에 가서 얘기하시나"라며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라고 했다.
이어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장소에서, 해야 할 파트너와 하는 정상으로 복귀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며 "김기현이 겁이 나는 것인지, 자꾸 도망만 간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4일 YTN '뉴스앤이슈'에서 "당대표끼리 먼저 봐라, 이렇게 얘기하는데 국민의힘 당대표든 원내대표든 지금 민생 현안 문제가 됐든 여러 국정현안 문제가 됐든 권한이나 이런 게 있기는 한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실제 여의도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뒷 맥락들을 보면 아무리 원내대표들끼리 협상을 하든 아무리 무언가를 해도 그냥 용산에서 거부하면 끝. 이게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그럼 어떤 방식으로든 그 물꼬를 터야지 않나"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가장 쉽고 가장 국민들께서 납득하기 좋은 것들은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여의도 정치를 복원합시다, 작은 합의라도 이뤄봅시다, 구체적인 의제가 그 자리에서 합의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들께 굉장히 큰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며 "이것을 거부하는 건 사실 옹졸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한 민주당 중진의원이 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강경파의 최고위원들이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공간을 주지 않아서 여야 간의 협상이 굉장히 어려웠다 했는데, 겉으로 이 대표는 민생 얘기하지만 최고위원분들, 나머지 지도부들은 굉장히 강경하게 나가고 있으니까 여야 간에 협상할 여지가 없어지는 거다. 그것부터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국회 정치를 복원하고 난 다음에 여야가 뜻을 모아서 행정수반인 대통령과 만나서 뭔가 얘기를 하는 게 맞는 수순이지, 여당 대표하고 만날 생각이 없고 갑자기 의제도 없이 민생 얘기하자고 하면서 대통령을 만나야겠다고 또 앵무새처럼 여덟 번째 말씀하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치적인 의도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며 "이미 한 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 건들에 대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어떤 일이 어떻게 생기고 어떤 일이 어떻게 포장될 줄 알고 두 분이 만나라고 권유할 수 있을까, 제가 (대통령실) 참모라면 저도 반대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의도 정치를 복원해서 여야 대표 간에 합의해서 진행을 하면 되는 일이고. 그다음에 정부를 설득할 일이 있다면 대통령을 그때 만나면 되지 지금 대통령 만나서 어떤 얘기를 어떻게 풀어가자는 건지. 그러면 여당은 완전히 패싱하는 건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김기현 대표가 '엉뚱한 번지에 가서 얘기한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툭 터놓고 형식 가리지 말고 대화 나누자 여러 번 제안했지만 김기현 대표가 한사코 사실은 많이 피했다"며 "제가 볼 때는 다시 대통령이 피하니까 김기현 대표가 다시 자기가 배턴을 받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회담을 피하는 것은 분명히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겨냥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강서구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에 대해 "(현재) 대통령실의 최종입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구속영장 기각을 무죄처럼 포장하려는 얄팍한 위장전술"(이태규 의원) "영수회담이 아니라 민주당이 외면해 온 민생 외상값부터 갚는 게 도리"(박대출 정책위의장)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회담 가능성은 현재 요원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