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은 부총재 "가계부채 연착륙 중…기관간 공조 잘 되고 있어"

“3분기 가계부채, 늘어날 가능성보다 대출 증가폭·GDP 比 비율 줄 가능성 높다"

"금융시장 변동성 일시적…시장, 美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흡수 여부 봐야"

"기업부채, 가파르면 문제…과도 시 관리해야”

유 부총재는 1인당 가계부채 규모가 늘고 고금리 레버리지도 문제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지 않고 변동금리로 짧은 시간에 받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리파이낸싱을 할 수 있어 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라서 그렇지 특별히 더 위험한 건 아니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이 엇박자가 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작년에 경착륙 우려가 있었다. 경착륙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는데 F4 회의가 잘 작동했고 최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F4가 잘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도 조금 늘었다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데 여기서도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고 공조도 하고 있다"면서 "갑자기 가계부채가 늘어나니깐 공조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빨리 늘어나니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이 금융정책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한은의 전체적인 의견도 아니다"며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기관 간 공조 자체는 제대로 되고 있다. 최근에 가계부채 늘어나는 과정에서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등 기관들이 가진 정책수단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까 엇박자처럼 보일 순 있지만 그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재는 3분기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에 대해 "숫자는 아직 안 나왔다. 전체적인 거시경제 여건을 봐야 한다"며 "주택시장에 새로운 기대가 형성되지 않고 경제여건만 고려한다면 차입비용이나 경제성장 등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늘어날 가능성보다는 대출 증가 폭이 줄어들고 GDP 대비 비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 집값 등이 작년 말에 나왔던 경착륙 우려는 끝났고 소프트랜딩 중이라고 평가한다"며 소프트랜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불확실성이 커진 분위기에 대해서는 유 부총재는 "4일 변동성은 먼저 연휴 기간 누적돼 있던 이슈들이 시장이 열리면서 한꺼번에 하루에 다 반영하다 보니 일어난 일과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갈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어제 변동성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밝혔듯이 이런 변동성이 한 번에 반영돼서 나타나는 것은 문제없고 이게 계속되면 시장 안정화 조치도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라며 "어제만큼 변동성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지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시장이 타이트하게 가고 있는데 긴축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나면 어느 정도 환율, 금리 등 시장 가격,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여러 가지가 얽혀서 영향을 받는다"며 "지금까지는 환율, 금리 등엔 일부 반영돼 적절히 흡수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은 경제 주체의 기대를 너무 과도하지 않게 적절하게 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적절하게 흡수돼 시장 가격에 반영 된거 같다"고 설명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는 대내 문제여서 조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대외 문제라 막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엔 그는 "한은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한다는 건 속도가 너무 빨라서 경제 주체들이 반영하기 힘들 정도가 되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며 "전체적인 흐름을 막겠다는 건 없다. 금리, 환율에 대해선 시장 가격이니까 속도를 완만히 해서 경제 주체들에게 시간을 줘서 쏠림이 없게 한다는 것이다"고 답했다.

기업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유 부총재는 "기업부채도 자영업자 부채가 일정 부분은 가계부채, 일정 부분은 기업부채로 잡힌다. 자영업자 부채 늘어나는 건 걱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부채 중에서도 기업부채로 분류되는 것이 늘어나는 것을 워치하고 있다. 한은 입장에서 레버리지가 커진다는 건 추후 경제 활력을 잃게 하거나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거지만 어느 정도 늘어나는 건 경제를 성장시키는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조금 가파르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모든 부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니까 빌리는 거다. 과도하게 빌릴 능력이 없거나 경제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진다면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 부총재는 "지난해 PF 등 신용 이벤트가 있었을 때 여러 기관이 합쳐서 빠르게 잘 처리를 했고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 다시 상황이 바뀌니까 엇박자라고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고 유관기간간 엇박자 관측에 반박하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