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원, "과세 안하면 국세청 직무유기"
전군표 국세청장, "외국사례 없어-무턱대고 국민감정 따르기는 어려워"
일부 재벌그룹들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상속증여세 탈루와 관련한 국세청 과세행정이 16일 국회 재경위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여야의원들은 국세청이 강한 과세의지를 갖고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전군표 국세청장은 좀 더 신중한 검토 후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일관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이 날 "국세청이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검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재경부도 이 부분 과세와 관련한 사항을 국세청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세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기여'로 판단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기여의 범위설정 등 법리상 문제점으로 인해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정리 재경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경부 세제실은 국세청의 판단에 따라 과세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의 회신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편법증여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비스, SK그룹의 SK C&C, 신세계그룹의 광주신세계, 효성그룹의 효성건설 및 태광그룹의 태광시스템즈 등 그룹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과세관청이 과세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편법적 증여를 위해 비상장기업에 일감을 몰아주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상장하는 행위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가 가능하다는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만큼 과세하지 않는 것은 국세청의 직무유기"라며 "세법 악용에 따른 탈루에 적극 과세하는 것은 과세관청의 임무"라고 적극적인 과세행정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이와 관련해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과세제도가 도입됐지만, 이에 따른 과세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속사태가 온 글로비스에 대한 과세가 없다면 이 제도는 사문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이어 "재벌 편법증여에 국세청장이 의지를 가지고 개별사례별로 과세를 해야 한다"며 "규정 규칙을 보완해서 과세하고, 과세과정에 제도의 문제가 드러나면 그것을 입법례나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군표 국세청장은 사실상 과세가 어렵다는 취지로 인식될 정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전 국세청장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어느 정도 비율의 일감몰아주기가 있을 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여'로 볼 것인지, 전문가의 조언도 받고 외국사례도 찾았지만 외국사례가 없었다"며 과세에 대한 내부적 확신이 서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전 국세청장은 "문제가 된 현대 글로비스와 관련해선 실사는 하지 않고 법률검토만 했다"며 "저 말고 우리 간부들도 과세는 할 수 있으면 해야한다는 의지는 있지만, 법은 특정회사에만 적용되는 법이어선 안 되며 국민 법감정만 을 가지고 과세를 한다면 과세행정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