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하루 110만명 대피령 비판 잇따라
많은 주민들 도로 파괴돼 남부로 피란 주저
이스라엘 "시간 걸릴 듯" 강경한 태도 후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 대피령을 내리자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 전원 대피령을 내렸지만 주민 일부만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는 이날 지상작전을 앞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 24시간 소개령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남쪽으로 이동한 주민은 수만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남부로 가는 도로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인데다 대피령을 심리전으로 일축하며 집에 머무를 것을 요청한 하마스의 당부에 많은 주민들이 남부로 가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전날 가자시티를 떠나는 차량에 대한 공습으로 70명이 사망했지만 대규모 탈출 조짐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예고하며 '24시간 대피령'을 내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유례 없는 무력을 동원해 하마스를 공격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즉각 가자지구에서 떠나라고 거듭 촉구했다.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국제사회에선 대피령을 두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대피 경고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유엔은 인도적 지원 없이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남쪽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면서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과 민간인 보호를 호소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비극을 재앙으로 바꿀 수 있는 조치"라며 대피령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WRA) 역시 "24시간 이내에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하는 100만명 이상의 민간인을 이동시키라는 요구는 충격적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대해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를 공격할 때 전쟁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초 대피 시한으로 24시간을 제시한 이스라엘군은 태도를 바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스라엘 육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브리핑에서 "(전원 대피가) 24시간 안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애초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났다. 아직까지 이스라엘은 대피령의 시한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